제116회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총회장인 아테네 디바니 카라벨 호텔. 그곳에 한국인은 없었다.
총회 첫 날인 10일(현지시간)은 한국의 스포츠 외교와 직결된 의제도 많이 거론된 날. 친한파인 시리아의 사미 무다랄 위원이 “김운용 부위원장은 한국 내에 정적이 많다. 사안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러자 세네갈의 케바 음바예 윤리위원장은 “형사법과 윤리법의 적용은 별개 문제”라며 최악의 경우 제명 조치도 있을 수 있다는 강경한 입장을 보였다. 실제로 이날 총회는 4년 가까이 끌어온 인도네시아 모하마드 봅 하산 위원 제명을 전격 결정했다.
한국이 쿠웨이트에서 서울로 본부 이전을 추진 중인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와 관련된 결정도 나왔다. 82년 태동한 뒤 쿠웨이트의 셰이크 아메드 회장 일족이 세습체제를 굳혀온 OCA의 내부 실력자로 부패 혐의를 받고 있는 무탈레브 사무국장을 ‘기피인물’로 선정하고 IOC 패밀리들에게 일체의 접촉을 하지 말 것을 권고한 것.
2006년 토리노 총회까지는 IOC 위원을 더 이상 추가로 뽑지 않기로 한 결정도 눈길. 따라서 김 부위원장에게 유고가 생기더라도 예전처럼 한국인의 위원직 승계는 없게 됐다. 또 한국이 목을 매고 있는 2014년 동계올림픽 유치 총회는 2007년 과테말라에서 열리게 됐다.
문제는 이런 중요한 일들이 일사천리로 결정되는 IOC 총회가 대한올림픽위원회(KOC) 임직원에겐 여전히 ‘남의 나라’ 일이었다는 점. 이 시간에 그들은 다음 날인 11일 도착하는 정동채 문화관광부 장관과 8명의 국회의원 등 높으신 양반들의 의전을 준비하고 있었다.
시스템 외교를 주창해 놓고 그동안 몇몇 직원 외국연수 보낸 게 고작이었던 KOC. 이러니 한국의 스포츠 외교는 여전히 ‘관광버스 외교’이고 차라리 김운용 부위원장이 활동하던 시절이 나았다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닐까.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