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차기로 상대를 공격하는 문대성(왼쪽). 그는 태권도 남자 80kg급의 금메달 후보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4인4색. 그러나 목표는 하나.
태권도 종주국 한국은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하는 4개 체급에서 모두 금메달을 노린다.
“대한체육회가 세운 목표는 3개지만 우리의 목표는 4체급 독식”이라는 게 대표팀 김세혁 감독(삼성에스원)의 말. 과욕을 부리겠다는 게 아니라 네 선수 중 어느 누구도 우승후보에서 뺄 수 없다는 무한 신뢰의 표현이다. 태권도가 처음 정식종목인 된 4년 전 시드니대회에서 한국팀 성적은 금 3개에 은 1개.
대표 주자는 역시 남자 80kg급의 문대성(28·삼성에스원). 시드니 선발전 때 석연찮은 재대결 판정을 받은 뒤 아쉽게 탈락했던
‘비운의 스타’인 그는 김경훈이 금메달을 목에 걸자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그때의 한이 가슴에 맺힌 때문일까. 문대성은 4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올림픽 예선전에선 손목뼈가 부러졌는데도 우승했을 만큼 올림픽을 향한 강한 집념을 보였다. 중량급 치곤 보기 드문 스피드에 ‘왼발의 달인.’ 이젠 오른발 받아치기도 능수능란하다.
여자 57kg급의 장지원(25·삼성에스원) 역시 올림픽 재수생. 3명이 물고 물린 시드니 선발전에서 한국체대 선배 정재은을 밀어주기 위해 코칭스태프가 경기 종료 10초전 타월을 던지는 바람에 희생양이 됐다. 단 10초 때문에 4년을 기다려야 했던 그는 왼발로 얼굴 돌려차기가 일품이다.
여자 67kg급에선 ‘낭랑 18세 태권소녀’ 황경선(서울체고)이 10대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그는 세계선수권을 2연패한 여자 태권도의 간판 김연지(23·삼성에스원)를 눌렀다. 패기는 만점이지만 경험부족을 걱정한 김연지가 외국선수의 장단점을 알려주는 훈련파트너를 자청해 천군만마를 얻었다.
남자 68kg급의 송명섭(20·경희대)은 선발전에서 3차전까지 치르는 접전 끝에 맨 마지막으로 대표가 된 만큼 화끈한 플레이로 세계무대에 이름을 알릴 각오. 상대 공격의 허점을 이용한 받아치기가 주특기다.
양궁과 더불어 한국의 올림픽 효자 종목으로 확고히 자리매김한 태권도. 이번에는 또 어떤 신화가 탄생할지 궁금하다.
아테네=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