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가운데)이 11일 청와대로 군 지휘관 70여명을 불러 오찬을 함께 하고 격려했다. 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자신과 군간에는 갈등이 없다고 밝혔다.- 박경모기자
11일 군 주요지휘관들과의 청와대 오찬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과거사 정리’ 발언을 한 것은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군내 의문사 사건 조사에 대해 언급하는 과정에서였다.
오찬 도중 헤드 테이블에서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이 의문사위의 군 지휘관 조사 문제를 제기하자 노 대통령은 오찬 마무리 발언에서 ‘군 지휘관의 자존심과 명예는 존중받도록 하되 군이 관련된 과거 문제에 군이 오히려 적극 협조하는 자세를 보이는 게 좋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노 대통령은 이와 관련해 “필요한 때 역사가 정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계속 논란이 거듭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과정에서 노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특정 사건을 거론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즉각 “현대사를 송두리째 뒤집어보겠다는 386 운동권식의 발상이 아니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특히 최근 열린우리당이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를 겨냥해 1961년 5·16군사쿠데타 이후 부일장학회가 정수장학회로 넘어가는 과정에 대해 진상조사를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발언이 나왔다는 점에서 논란이 불가피할 것 같다.
물론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언급이 특정 사안이나 범위, 대상을 정해놓고 한 게 아닌 일반론을 덧붙인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렇지만 이날 발언에서 나타난 노 대통령의 인식은 결국 ‘과거문제’에 집착하고 있는 여권 내 386운동권 출신을 중심으로 한 진보세력의 논리와 맥이 닿아 있다는 의혹과 비판을 살 만하다.
더욱이 노 대통령이 여당 일각의 ‘과거사 공세’에 동조하는 듯한 발언을 한 것은 야당과의 대립각 세우기로 비칠 가능성도 적지 않은 실정이다.
한편 노 대통령은 이날 오찬에서 최근 북한 경비정의 서해 북방한계선(NLL) 침범시 남북간 교신 누락사건과 군 장성 비리 사건 조사 등으로 동요했던 ‘군심(軍心) 달래기’에 주력했다.
특히 일부 비리 연루 군 장성의 구속과 전역 조치에 대해선 “군 간부들이 중도하차하는 것을 보면서 이전의 기준으로 보면 당연히 억울하다고 할 수 있다”며 “그러나 세상이 바뀌고 국민의 기준이 달라진 만큼 이런 변화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다독였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