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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미기자의 감성크로키]4초 커뮤니케이션

입력 | 2004-08-12 16:35:00


접촉하고 관찰한다. 최대한 친밀하게. 공교롭게도 4초라는 시간과 마주친다. 사람들이 소통하고 느낌을 나누는 시간. 3초의 조급함과 5초의 늘어짐 사이에 4초가 있다.

#패션쇼

강물의 출렁임이 훤히 내려다보이는 서울의 특급 호텔에서 패션쇼가 열렸다.

패션쇼에 초대된 사람들은 한 손에 칵테일 잔을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악수를 한다. 대략 4초. 세련되고 능숙한 제스처와 화법으로 소개하고 소개 받는다.

쇼가 시작된다. 남자 모델들이 회갈색 스웨이드 카펫 위를 성큼성큼 걸어 나온다. 카펫에 남는 그들의 발자국을 물끄러미 본다. 발에 힘을 주는 강도에 따라 그 모양이 제각각이다.

모델들은 카메라를 향해 잠시 멈춘다. 손목시계의 초침을 관찰하니 그들이 정지해 서있는 시간은 거의 일정했다. 4초.

#캐주얼

단골 파스타 식당에서 옛 직장 선배와 점심 식사를 했다.

식당 여사장은 회색 스트라이프 바지 슈트 차림을 했다. 오랫동안 패션 기사를 쓴 나의 선배는 검은색 반소매 셔츠와 바지를 입었다. 나는 소매가 동그랗게 부풀려진 꽃분홍색 새틴 블라우스와 펜슬 스커트를 입었다.

“예쁘게 차려 입었구나. 그런데 옷을 더 잘 입으려면 캐주얼을 잘 소화해야지.”

“전 키가 크지 않아 캐주얼이 안 어울려요.”

“캐주얼의 종류가 얼마나 많은데. 캐주얼에 대한 고정관념을 버리도록 하렴.”

액티브 캐주얼, 러기드 캐주얼, 스포츠 캐주얼, 스마트 캐주얼, 드레스 캐주얼, 비즈니스 캐주얼…. 캐주얼의 종류는 실로 많았다. 타인의 취향, 즉 패션을 눈으로 읽어내는 데 드는 시간도 얼추 4초.

#발레

예술의 전당에서 발레 공연을 봤다. ‘2004 세계 발레 스타 초청 대공연.’ 역동적인 인간의 몸짓이 꽤 그리웠다.

일본의 무용 평론가 미우라 마사시는 저서 ‘무용의 현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발레의 예를 들면 남성 무용수가 우아하게 도약할 때, 보는 이도 함께 높이 뛰고 있다. 도약하는 남성 무용수의 근육과 마찬가지로 관객의 근육도 움직이고 있다. 관객의 호흡이나 술렁임을 듣고 있으면 그것을 잘 알 수 있다. 멋진 발레 공연을 본 뒤, 상쾌한 피로를 느끼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

이날 ‘백조의 호수’를 춤춘 뮌헨 발레단의 루치아 라카라는 한 마리 백조와 다름없었다. 양 손을 차례로 치켜들어 관객의 박수 소리를 모으는 데 4초. 단 백조가 우아한 목선을 드러내듯 깊이 고개를 숙여 인사할 때에는 좀 더 시간이 걸렸다.

kimsun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