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타란 의식주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심신을 수련하는 불가의 수행법. 도연명의 무릉도원을 옮겨다 놓은 듯 아름다운 이 산의 무릉계곡 안에 들어서면 누구라도 두타행을 흉내내고 싶어질 만큼 몸과 마음이 깨끗해진다. -조성하기자
입추(7일)에 말복(9일) 지나니 절기는 바야흐로 가을. 곧 모기도 털갈이 한다는 처서(23일)지만 몇십년 만이라는 무더위는 수그러들 줄 모르니 남은 자투리 여름은 늦휴가 떠날 이들만의 것이 되리라.
이 염천에 계곡물 한 쌈이면 부러울 것 없으련만. 기껏 찾은 계곡은 목욕탕 못잖게 사람으로 들끓고 아래서는 멱 감는데 위에서는 설거지 해대는 인면수심 무인지경의 난장판 아수라판이기 일쑤니 국토의 7할이 산이라는 금수강산 대한민국에서도 쉴 계곡 하나 찾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산 크면 계곡 깊고 계곡 깊으면 물 많기 마련. 제아무리 사람이 몰린다 해도 계곡이란 오를수록 물 맑고 사람 드물어지니 이럴 때일수록 큰 산 깊은 계곡을 찾음이 옳고도 바른 답이다. 그렇게 찾은 곳이 강원 동해시의 두타산 무릉계곡. 근처에 망상 추암 등 멋진 바다와 해변도 있으니 일거양득에 금상첨화다.
○여름도 숨어버린 높은 산 깊은 골
무릉회관의 토종닭 곰취쌈 상차림. 봄에 따 식초간장에 절인 곰취(사진 아래)의 향긋한 이파리를 펼쳐 닭가슴살을 마늘과 함께 쌈해서 먹는다.
계곡 길은 숲 그늘이 짙다. 그러나 계곡은 하얀 기반암으로 뒤덮였다. 무릉계곡의 백미로 손꼽히는 ‘무릉반석(武陵盤石)’이다. 경사진 바닥에 물줄기 걸쳐지니 그 자체가 미끄럼틀이다. 예서 애 어른 할 것 없이 미끄럼 타느라 반석의 계곡은 온종일 법석댄다.
그러나 반석 왼편에는 풍류가 넘친다. 한시의 글귀, 한자이름과 글자 등이 크고 작게 길게 짧게 깊이도 새겨졌다. 조선의 4대 명필이라는 양사언(1517∼1584)의 것도 있다. 이렇듯 멋진 풍류가 깃든 계곡. 예말고 찾아보기는 어려울 듯하다.
삼화사 지나 용추폭포로 오르는 길. 산길은 가파르지도 험하지도 않다. 도중에 두타 청옥 두 산의 계류가 양편에서 추락하는 쌍폭의 비경도 만난다. 그러나 계곡을 탐하자면 산길을 버리고 물골을 따르는 옛길로 가자. 계곡 바위를 이리저리 뛰어넘다 보면 사람 없고 물 맑은 계곡도 보게 된다. 그 나무 그늘 아래 바위에 돗자리 펴면 온종일 물장구치다 낮잠도 즐기는 지극한 호사를 누릴 수 있으려니.
그러나 산에 오면 산세 한번 짚고 싶은 것이 사람의 마음. 백두대간에 드는 데다 금강산 못잖게 풍모 기막히고 산수 어울림 또한 수려한 산이니 예 왔다면 짧은 코스 하나쯤은 뛰어볼 마음 들지 않을까.
그길로 공원 매표소 아래 상가의 첫 집인 ‘무릉회관’에 들러 집주인 권영일씨(58)를 찾았다. 여기 산 지 꼭 30년째로 두타산 산악구조대장(현재 고문)도 지냈던 ‘터줏대감’이다. 몇 해 전에는 문간재 지나 사다리 계단으로 하늘벽을 올라 관음사로 가는 새 루트를 기자에게 소개했다.
권씨는 마침 새 루트가 있다며 성큼 수도골로 안내했다. 수도골은 무릉계곡 왼편(남쪽)의 능선 밑 산기슭의 직벽 바위 아래 있는 치성터가 있는 골 안. 삼화사 지나 계곡 물골을 따라 오르기를 30분, 다시 깔딱고개로 두타산성터에 오르기를 30분. 신라군이 성으로 활용했던 이 바위절벽은 천혜의 자연산성으로 거기 앉으니 정상에 오른 듯 주변 풍광이 사방 거침없이 펼쳐진다.
예서 보니 수도골은 두타산성터부터 휘돌아 둘러친 수백길 절벽바위로 이뤄진 산 안쪽의 깊은 골. 건너편 절벽 너머 수도골의 치성터와 동굴약수터는 골을 휘돌아드는 산길로 가는데 거리는 800m쯤 된다. 도중에는 계류도 지나고 그 물의 추락현장인 폭포와 두타산성 터 정상도 본다. 용추폭포까지 다녀오는 수도골 루트의 총거리 7.2km, 완주에는 3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토종닭 곰취쌈’ 한입에 피로 싹
여름 보신용으로 토종닭 백숙만 한 것이 있을까. 황기 인삼 대추 등 여러 한약재를 넣고 푹 고아낸 백숙과 그 국물로 끓여낸 닭죽 한 그릇이면 더위에 지친 몸도 거뜬히 회복된다고 했다. 그런데 무릉회관의 백숙은 여기에 몇 가지를 더한다. 어른 주먹만 한 감자를 함께 넣고 고아 감자 찜도 함께 맛본다. 또 새봄에 봄기운 듬뿍 담긴 곰취 이파리를 따 식초간장에 절여 두었던 것을 꺼내어 함께 낸다. 이름 하여 ‘토종닭 곰취쌈’(사진)인데 팍팍한 가슴살은 뜯어서 이 곰취 잎으로 쌈해서 먹는다. 곰취의 향긋함과 식초간장 맛이 함께 배어나 백숙 의 맛을 돋운다. 위치는 두타산 무릉계곡 상가 첫 집(매표소로부터). 033-534-9990
○패키지 투어
두타산(수도골 무릉계곡) 트레킹 후 토종닭 곰취쌈도 맛보는 당일(3만9000원)과 무박2일(4만9000원) 상품. 출발은 △당일=15, 17, 21, 22일 △무박(정동진 해맞이·묵호항 투어)=14, 20, 21일. 승우여행사(www.swtour.co.kr) 02-820-8311
동해=조성하기자 summer@donga.com
▼훌훌 떠나보자▼
◇두타산(무릉계곡)
▽찾아가기=영동고속도로∼동해고속도로∼효가사거리∼42번국도∼삼화동 삼거리
▽관리사무소=033-534-7306∼7
▽수도골 등반로=아직 이정표가 설치돼 있지 않으니 문의 후 오르기를 권한다. 문의는 무릉회관 주인 권영일씨(033-534-8194)에게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