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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코스 “돈줄 안풀면 자폭”…주거래銀 디폴트 선언

입력 | 2004-08-12 18:18:00


최근 국제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인 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유코스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다.

유코스의 주채권은행인 메나테프은행은 11일 대출금 16억달러를 상환하지 못한 유코스에 대해 디폴트(이자 지불이나 원리금 상환이 불가능해진 상태)를 선언했다.

▽유코스의 마지막 저항=디폴트 선언은 유코스의 대주주이기도 한 메나테프가 실제로 대출금을 회수하기 위해 취한 조치가 아니라 당국의 압박으로 벼랑 끝에 선 유코스측이 메나테프의 묵인 아래 꺼내 든 ‘최후의 자폭 카드’로 보인다.

은행 계좌까지 동결된 유코스는 현재 회사 운영 자금줄이 막혀 생산 중단 위기에 처해 있다. 러시아 석유 생산의 20%를 차지하는 유코스의 생산 중단은 국제유가에 충격을 주게 되며 이렇게 되면 러시아 정부는 “유가상승을 부추겼다”는 국내외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을 피하려면 (유코스에 대한) 자금 봉쇄를 해제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크렘린에 전달하기 위해 유코스와 메나테프측이 디폴트를 들고 나왔다는 분석도 있다. 이 모스크바 금융시장에서 하루 종일 나돌았다.

이와 관련해 세르게이 오가네샨 에너지청장은 “유코스의 생산 중단 사태는 막겠다”고 거듭 천명했다. 빅토르 흐리스텐코 산업에너지 장관도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유코스 사태에도 불구하고 상반기 유코스를 포함한 주요 석유회사의 생산과 수출은 지난해에 비해 늘어났다”고 보고했다.

▽유코스의 생산 중단시 파급 효과는=전문가들은 국제원유시장을 불안에 떨게 하고 있는 ‘유코스 효과’가 실제보다 과장돼 있다고 지적한다. 도이치은행의 애널리스트 아담 지민스키에 따르면 현재 배럴당 40달러가 넘는 유가 중 ‘유코스 효과’로 인한 부분은 1∼2달러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

씨티그룹의 애널리스트 킬레 쿠퍼도 “유코스가 실제 생산을 중단할 가능성보다 이에 대한 우려가 과장 확대되고 있는 심리적 요인이 문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유코스의 수출이 얼마 동안 중단되더라도 러시아의 석유수출항인 노보로시스크항이 악천후로 봉쇄되는 상황보다도 파장이 미미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 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