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에 택배와 해운 두 물류산업 상황이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외환위기 당시에도 연간 최고 50% 이상의 높은 성장을 하던 택배업계는 최근 내수부진으로 성장세가 크게 꺾였다. 반면 현대상선 등 해운회사들은 창사 이래 최대의 영업이익을 내는 등 갈수록 호황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상선은 올 상반기 매출 2조448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30% 늘었다. 영업이익은 2605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 950억원보다 174% 급증했다. 이 같은 영업이익 규모는 1976년 창사 이래 가장 크다.
한진해운은 올 상반기 383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 전년 동기 대비 398%나 늘었다.
반면 대한통운의 택배부문은 지난해부터 성장세가 크게 낮아졌다. 이 업체는 전년 대비 매출성장률이 97년 58%, 99년 31%, 2002년 34% 등으로 고공행진을 하다 지난해 10%로 낮아졌다. 올 상반기에는 작년 상반기보다 7% 늘어난 수준.
현대택배도 전년 대비 매출증가율이 2001년 28.5%, 2002년 27.4%에서 지난해 8.6%, 올 상반기는 7.8%로 떨어졌다.
택배업체들은 운반 차량이 최근 가격이 크게 오른 경유를 사용해 비용도 크게 늘었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경유의 L당 월평균 국내 가격은 지난해 12월 810원에서 올해 7월 928월, 8월 첫째주에는 942원으로 올랐다.
반면 현대상선이 싱가포르에서 넣는 선박용 연료유는 2003년 12월 t당 161달러, 올해 7월 180달러로 오름세가 크지 않았다. 더욱이 컨테이너선이나 액화천연가스(LNG) 수송에서 유가 상승분의 일부나 전부를 하주(荷主)에게 넘길 수 있어 유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적다.
해운회사들의 운반선은 항상 바다에 떠다니고 있어 기름 가격이 싼 곳에서 기름을 넣을 수 있다는 점도 유가 인상의 영향을 줄인다. 또 이들이 중국과 미주 유럽 등 제3국간 수송 물량의 비중을 높인 것도 국내 경기침체의 영향을 줄인 요인이다. 현대상선 유조선 부문의 경우 올 상반기 3국간 수송 비중이 전체 유조선 수송의 88%로 지난해 말에 비해 8%포인트 높아졌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