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가 주최한 ‘1945 815 한중일 3국의 역사인식 공유’ 역사체험캠프에 참가한 한중일 3국의 학생들이 서울 명동을 찾아 얘기를 나누고 있다.- 신원건기자
《8·15 광복절 59주년을 앞두고 ‘가깝고도 먼’ 이웃나라에서 뜻 깊은 손님들이 한국을 찾았다. 17, 18세의 중국(19명) 일본(21명) 청소년들이 8일부터 5박6일 일정으로 열린 ‘1945 815 한중일 3국의 역사인식 공유’라는 역사체험캠프에 참여한 것. 시민단체인 ‘아시아 평화와 역사교육연대(교과서운동본부)’가 주최한 이번 행사는 3국의 청소년들이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문화와 역사에 대해 이해하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중국에서는 상하이(上海) 사회과학원의 주선으로 상하이 징예(敬業)중 5, 6학년이 참여했고, 일본에서는 그동안 교과서운동본부측과 교류해 온 도쿄(東京)와 교토(京都) 등지의 학술시민단체에서 선발한 학생들이 합류했다.
그러나 이들의 화합은 말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일본의 역사교과서 왜곡이나 중국의 ‘동북공정(東北工程)’, ‘2004 아시안컵 축구대회’로 불거진 3국간 갈등은 이들에게도 예외가 아니었기 때문.
이 같은 갈등은 11일 서울 종로구 계동의 중앙고 강당에서 있었던 토론시간에도 그대로 드러났다.
특히 중국 학생들의 일본에 대한 감정이 상당히 좋지 않았다. 교토 니시마이즈로(西舞鶴)고 2학년인 오카미 나호(17)는 “중국 학생들이 일본을 욕할 땐 조금 당황하기도 했다”며 “한국 학생들이 차분하게 ‘여기 있는 너희들의 잘못은 아니다’고 말해 줘 고마웠다”고 말했다.
한국 학생은 최근의 분위기를 반영하듯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에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일부 한국 학생들은 “따로 한번 토론해 보자”고 제안했지만 중국 학생들은 최근의 분위기를 아는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또 교사들이 적극 나서 이 문제 논의를 만류하기도 했다.
대구 시지고 2학년 이가예양(17)은 “한 중국 친구는 ‘고구려가 한국의 선조(역사)란 걸 알지만 역사 문제는 함부로 말하기 어렵다’고 했다”고 귀띔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은 어른들과 달랐다. 10일 경기 광주시에 있는 ‘나눔의 집’을 방문했을 때 일본 학생들은 일본군 위안부 출신 할머니들 앞에서 “무릎 꿇고 사과하고 싶다”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12일 경기 파주시 도라산전망대를 방문했을 때는 중국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에게 “남북통일을 위해 우리도 돕겠다”는 말을 건네기도 했다.
징예중 5학년 쭈여린(17)은 “세 나라가 고구려 간도 독도 문제 등으로 서로 의견이 달라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결국 좋은 방향으로 해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교과서운동본부측은 내년 4월 몇 년간 준비했던 ‘한중일 공동역사 부교재’라는 책을 3국에서 동시에 출간할 예정이다.
3국의 대학 교수와 역사가, 교사 등이 참여해 만드는 이 책은 서로의 역사관에 치우치지 않고 ‘왜곡’을 최소한으로 줄이게 될 것으로 알려졌다.
운동본부측은 역사캠프가 이런 공동 노력을 청소년의 시각에서 더욱 가다듬는 계기가 됐다고 평가했다.
교과서운동본부의 김숙진 사무처장(42·여)은 “각 나라의 역사교육에 상당한 차이가 있어 같은 내용에 대해서도 서로 다르게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며 “일단은 서로의 입장에 대해 조심스럽게 이해의 폭을 넓히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양환기자 ray@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인 김민성씨(고려대 환경생태공학과 4년)도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