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합섬담요를 생산하는 A사장은 요즘 공장 설비를 70%만 겨우 돌리고 있다.
최근 잇달아 중국으로 설비를 옮긴 국내 경쟁업체들이 국산보다 평균 15% 싼 제품을 역수입해 들여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제품은 국내 업체들의 기술로 만들어지기 때문에 품질도 차이가 없다.
수출 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미국 수입 시장에서 한국산 합섬담요 점유율은 2002년 37.4%에서 올해 1∼4월 중 12.5%로 급락했다. 반면 같은 기간 중국산은 25.5%에서 38.3%로 상승했다.
A사장은 “최근 원자재 가격은 물론이고 운임까지 올랐지만 중국산 제품 때문에 가격을 올릴 수도 없다”며 “이대로라면 중국으로 쫓아가거나 개성공단에 진출할 수밖에 없다”고 하소연했다.
이처럼 국내 제조업체들이 대거 해외에 진출하면서 이에 따른 부작용으로 국내에 남아있는 기업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고 있다.
12일 무역협회 산하 무역연구소에 따르면 최근 전국 11개 주요공단의 입주업체 271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조사대상 기업의 63.4%가 제조업의 해외진출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 해외진출에 따른 가장 큰 애로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43.3%(이하 복수응답)는 해외에 진출한 경쟁업체가 생산한 저렴한 제품이 한국으로 역수입되는 것을 꼽았다.
이어 수요업체의 해외진출로 인한 납품처 상실(36.3%), 기술이전으로 인한 세계시장에서의 경쟁 심화(29.3%), 부품 공급업체의 해외진출에 따른 부품조달 곤란(18.9%)순으로 애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