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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마당]김형광/광릉숲 관통도로 車통행 제한해야

입력 | 2004-08-12 19:15:00


광릉 숲은 조선조 7대 임금 세조의 능인 광릉을 둘러싸고 있는 2240여ha의 숲을 말한다. 광릉골무꽃 광릉요강꽃 광릉물푸레 등 14종의 광릉 특산식물을 포함해 796종의 자생식물이 분포한다. 크낙새 원앙새 까막딱따구리 하늘다람쥐 장수하늘소 등 20종의 천연기념동물을 포함해 총 2881종의 동물이 서식하고 있는, 우리나라 산림생태계의 보고이자 세계적으로도 매우 귀중한 숲이다. 그런데 이 숲이 오염 등으로 심각하게 훼손되고 있다. 보전대책이 시급하다.

우선 광릉 숲을 관통하는 도로의 차량 통행을 줄여야 한다. 요즘 광릉 숲 관통도로에는 1999년 국립수목원 개원 당시보다 약 40% 이상 증가한 하루 6000대 이상의 차량이 통행하고 있다. 그에 따른 소음과 매연으로 인해 노거수가 생장을 방해받고 있다. 6월 이곳의 침엽수 654그루를 대상으로 수목 활력도를 조사한 결과 24%가 자동차 매연으로 이미 고사했으며 51%는 이대로 방치할 경우 10년을 넘기기 어렵다는 결과가 나왔다.

국립수목원은 고사위기 나무에 살균 방부처리를 한 뒤 인공수피를 씌우는 등 외과수술을 하고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일 뿐이다. 차량 통행을 줄이지 않는 한 노거수의 활력은 계속 나빠질 것이다. 현재 8t 이상 화물차의 통행 제한을 1t 이상 화물차로 확대하고, 시속 30km 이하 속도제한, 승용차 대신 버스 이용 등 보다 강력한 규제가 필요하다.

장기적으로는 광릉 숲 관통도로를 자전거 및 보행 전용도로로 전환해야 한다. 자동차가 계속 다니는 한 광릉 숲 보전의 진정한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현재 광릉 숲 우회도로가 2007년 개통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이 우회도로 개통시점에 맞추어 광릉 숲을 차 없는 거리로 조성해야 한다. 이를 위해 주차장 신설, 인근주민들의 불편해소 방안을 미리 마련해야 한다. 서울에서 자전거를 타고 상계동을 거쳐 광릉 숲에 와서 신선한 공기를 듬뿍 마신 뒤 다시 구리시를 거쳐 서울로 가는 ‘수도권 자전거 전용 순환도로’ 건설도 생각해 봄직하다.

광릉 숲 주변의 난개발도 억제해야 한다. 경기도의 포천 의정부 남양주 3개시에 걸쳐 있는 광릉 숲은 산림생물자원의 보고인 동시에 수도권의 산소공장 역할도 하고 있다. 그러나 서울과 인접해 있어 각종 개발 압력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다. 1997년 국무총리실 주관으로 수립된 ‘광릉 숲 보전 종합대책’에 따라 광릉 숲 주변을 완충지역으로 지정해 난개발을 억제하고는 있지만, 더욱 엄격한 규제가 필요하다. 주변 사유지 중 보호와 관리가 필요한 곳은 국가가 매입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광릉 숲의 이용과 보전에 관한 이해 당사자들의 이견을 조정하기 위한 기구를 상설화할 필요도 있다. 광릉 숲 보전이라는 대의명분에는 누구나 동의한다. 그러나 그 방법론은 백가쟁명인 상황이다. 이견을 조정할 수 있는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산림과 숲의 자연 생태계를 잘 보전하는 것은 우리가 후손을 위해 져야 할 책무다. 역사적 유산인 아름다운 광릉 숲을 보호하기 위해 모두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김형광 국립수목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