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화운동가 장준하 선생의 20대의 역정을 그린 뮤지컬 ‘청년 장준하’. 가창력 뛰어난 배우 조승룡이 장준하역(왼쪽), 임유진이 부인 김희숙 역을 맡았다.- 사진제공 장준하 기념사업회
1970년대 반(反)독재 투쟁을 하다가 의문의 죽음을 당한 ‘사상계’ 발행인 장준하 선생(1918∼1975). 그의 이야기가 뮤지컬로 만들어져 무대에 오른다.
1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되는 뮤지컬 ‘청년 장준하’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그가 재야 민주화운동가로 활동하던 장년 시절이 아닌 항일 독립운동을 펼치던 20세부터 28세까지 8년간의 청년 시절을 다루고 있다.
스토리가 집중되는 것은 일제강점기 소학교 교사로 일하던 장준하가 1944년 일본군에 학도병으로 강제 징집된 뒤 33인의 젊은이들과 함께 일본 군부대를 탈출해 독립군이 되고자 충칭(重慶)임시정부로 향한 6000리 대장정. 여기에 결혼 2주일 만에 헤어져야 했던 부인 김희숙과의 사랑 이야기도 곁들여진다.
뮤지컬 제작을 맡은 곳은 ‘장준하기념사업회(회장 이부영)’. 김도현 기념사업회 부회장은 “일본군을 탈출한 뒤 충칭임시정부를 찾아가 항일 독립운동에 큰 활력소가 됐던 장준하 선생의 청년 시절 이야기를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알리고자 뮤지컬을 만들게 됐다”고 밝혔다.
연출을 맡은 조한신씨는 “선생의 행적을 영웅적으로 묘사하기보다는 그가 과연 어떤 성장기를 거쳐 고국을 위해 싸우고 훗날 유신체제에 저항하는 재야인사가 됐는지 그 과정을 그려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뮤지컬에서는 음악의 몫이 크다. 총 27곡의 노래 대부분은 가요 ‘꿈결 같은 세상’으로 널리 알려졌으며 싱어 송 라이터에서 뮤지컬 작곡가로 변신한 송시현이 만들었다. 서울시립국악관현악단과 13인조 오케스트라, 6인조 록밴드 등이 연주를 맡는다.
음악이 중요한 만큼 주인공 장준하 역에는 뮤지컬 배우 중에서도 가창력이 뛰어난 것으로 손꼽히는 조승룡이 캐스팅됐다. ‘명성황후’의 고종 역, ‘몽유도원도’의 향실 역을 맡으며 뮤지컬 팬들의 귀를 사로잡았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27곡 중 17곡을 부른다. 장준하의 부인 김희숙 역은 탤런트와 영화배우로도 활동 중인 임유진이 맡았다.
21일까지. 수∼금 오후 7시 반, 토 오후 3시 7시. 1만∼8만원. 02-722-1467
강수진기자 sj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