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서울지하철개통 30주년]“지하철 노선 따라 서울도 확대”

입력 | 2004-08-13 18:36:00


《15일로 서울 지하철이 개통된 지 30주년이 된다. 서울역∼청량리 구간 7.8km로 시작한 서울 지하철은 30년 만에 영업거리는 36배(286.9km), 역사 수는 29배(9개→263개)로 늘어나면서 시민의 발 역할을 톡톡히 해 냈다. 그러나 이러한 경이적인 성장 뒤에는 그늘도 있었다. 서울대 지구환경시스템공학부 고승영 교수, 연세대 도시공학과 김형진 교수, 서울시립대 건축도시조경학부 손의영 교수, 한양대 도시대학원 원제무 교수, 교통개발연구원 황성규 박사, 서울시정개발연구원 김경철 대중교통개편지원연구단장 등 교통공학 전문가 6인이 서울지하철 30년의 명암(明暗)을 진단했다.》

▽서울의 동맥(動脈)=전문가들은 서울 지하철의 첫 번째 공(功)으로 도시의 외연을 확장해 온 주역임을 강조했다. 서울대 고 교수는 지하철이 서울의 형태를 결정했다고까지 말한다.

고 교수는 “지하철은 수용인원이 많고 정시성이 높아 도시 형태를 결정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다”며 “서울은 지하철 노선에 따라 확대된 좋은 예”라고 말했다.

서울 지하철의 교통수송 분담률은 35% 안팎. 여러 교통수단 중 가장 높은 비율이다. 지하철 없이 도로망만으로는 급팽창해 온 서울의 교통 수요를 감당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며, 교통사고와 대기오염은 지금보다 더 심해졌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터널 끝 안 보이는 적자 행진=전문가들이 첫 번째로 꼽은 서울 지하철의 그늘은 재정적자 문제. 현재 서울 지하철은 서울지하철공사(1∼4호선)와 도시철도공사(5∼8호선)를 합쳐 누적 적자가 7조원이 넘는다.

연세대 김 교수는 “지하철 1km를 건설하는 데 드는 비용이 500억원 이상”이라며 “이러한 건설부채와 운영에서 오는 운영부채가 모두 결국엔 납세자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현 상태가 이어진다면 서울 지하철의 부채가 더 늘어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한양대 원 교수는 “지하철의 교통수송 분담률이 50% 이상 될 것이라고 전망했기 때문에 막대한 투자가 정당화됐다”며 “결과적으로 지하철에 들인 비용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한 셈”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 밖에도 △불합리한 노선 △버스와의 환승 불편 △비전문 경영 △불안정한 노사관계로 인한 만성적 분규 등을 서울 지하철의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서울 지하철의 미래=현재 서울 지하철은 내우외환의 위기를 맞고 있다. 오래된 역사와 차량을 보수하는 데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주5일제와 학생 수 감소로 인해 지하철 승객은 줄어들 전망이다. 요금 인상에도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그 해결책 중 하나로 역세권 개발과 사업다각화를 통한 새로운 이익사업 창출을 꼽는다.

교통개발연구원 황 박사는 “역사 주변 땅값이 대부분 많이 오르므로 투자가치는 충분하다”며 “그러나 역세권 개발은 한편으로는 지하철의 공익성을 해치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사업다각화는 지하철공사가 운송업에서 벗어나 점포임대사업, 통신사업 등 부대사업을 더 적극적으로 벌여야 한다는 제안. 전문가들은 또 장기적으로 서울 지하철이 민영화를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1974년 8월 15일 오전 서울 지하철 1호선(종로선) 개통식 후 첫 열차가 청량리역에서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 사진제공 서울지하철공사

▼1974년 개통식 이모저모▼

1974년 8월 15일 오전. 지하철 건설이라는 대역사(大役事)를 마친 건설 주역들은 개통 테이프를 끊어 줄 박정희(朴正熙) 대통령 내외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결국 박 대통령 부부는 오지 못했다. 개통식 직전에 열린 광복절 경축 행사장에서 육영수(陸英修) 여사가 저격된 것. 예정됐던 축하행사는 모두 취소됐다.

막대한 자금이 들고 기술이 부족하다는 정부 안팎의 반대를 뚫고 “유일한 대안은 지하철”이라고 박 대통령에게 건의해 건설을 성사시킨 주인공은 양택식 당시 서울시장. 하지만 그는 광복절 경축 행사장의 주관자였기 때문에 9월 2일자로 인책 사임하고 말았다.

지하철을 건설키로 결정했던 1970년 당시 서울시 인구는 550만명. 착공한 1971년 시 예산 665억원 중 절반에 이르는 330억원이 착공 예산으로 편성됐다. 개통 당시 승차권 값은 30원, 운송 수입은 하루 553만원에 불과했다.

30년이 지난 현재 서울 지하철은 1∼8호선 263개역, 전동차 3508량, 하루 수송 인원 632만명, 연간 수송 인원 22억명에 이른다.

서울 지하철은 2007년 김포공항∼고속터미널 간에 민자로 건설되는 9호선을 끝으로 중(重)전철 시대를 마감한다. 이후엔 경전철과 급행버스시스템(BRT) 등 차세대 신교통수단이 그 뒤를 이을 전망이다.

▼강경호 서울지하철 공사장 인터뷰▼

“서울 도심의 주요 지하철역사 지하에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몰의 2, 3배 크기로 ‘지하도시’를 만들겠습니다.”

만성적 지하철 적자 대책과 관련해 강경호(康景豪·사진) 서울지하철공사 사장은 야심만만한 지하도시 개발 구상을 펼쳐 보였다.

서울 광화문, 강남역, 테헤란로 등 도심 지하를 지하 5, 6층으로 대규모 개발을 하겠다는 것. 강 사장은 이 같은 지하도시가 1석3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하를 개발한다면 지상 교통에 부담을 주지 않고 도심 재개발의 걸림돌인 고도 제한도 문제가 안 됩니다. 또 대규모로 개발한 지하공간에서 임대 사업을 벌여 수익을 올릴 수 있으며, 지하도시를 버스와 승용차, 지하철이 모두 이용할 수 있는 도심복합터미널로 개발한다면 환승 문제도 획기적으로 개선될 것입니다.”

강 사장은 개발에 필요한 자금은 민간 투자자들을 모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그는 “단기적으로는 환승센터 개발 등 사업다각화와 최저가 입찰제 도입 등 비용절감을 통해 2006년에는 흑자를 내겠다”고 말했다.

장강명기자 tesomiom@donga.com

★이 기사의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인 고종현(서울대 국문과 4년) 송상아씨(연세대 생활디자인 4년)도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