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검찰이 1935∼1936년 중국에서 독립운동을 한 한국인과 단체들에 대한 정보를 면밀히 조사한 기록이 새로 발굴됐다.
신국주(申國柱) 전 동국대 총장은 13일 일본 사법성 형사국이 1936년 발간한 ‘사상연구자료’ 특집 제25호 원문을 공개했다. 신 전 총장이 소장하고 있던 이 책 표지에는 ‘극비(極秘)’ 표시와 취급주의라는 경고문 아래 409라는 일련번호가 찍혀 있다.
이 책자는 일본 도쿄형사지방재판소 검사인 구리야 시로(栗谷四郞), 오다 다미조(太田耐造), 하세가와 아키라(長谷川明)가 중국 현지로 파견돼 상하이(上海) 일본 영사관내 고등국 형사 12명을 지휘해 중국내 독립운동단체와 독립운동가들에 대한 자료를 수집해 성향을 분석한 것이다.
특히 중국에서 활약한 독립운동가 200여명에 대해 본명과 별명, 나이, 본적, 정치 성향, 인상착의를 자세히 기록해둔 것이 눈에 띈다.
백범 김구(白凡 金九)에 대해선 5척5촌의 키에 얼굴이 둥글고 눈은 중간 크기, 입은 크고 얼굴에 얇게 얽은 자국이 있다고 묘사했다. 김규식(金奎植)에 대해선 5척4촌의 키에 안색이 검고, 얼굴이 길고 눈썹이 짙으며 윗니에 금니를 해 넣었다는 설명까지 들어 있다. 아저씨와 조카뻘로 좌익계인 의열단과 조선민족혁명당 등을 이끌다 광복 후 북한을 택한 김두봉(金枓奉)과 김원봉(金元鳳)에 대해선 정치성향을 무정부주의자와 민족주의자라고 평한 점도 눈에 띈다.
또한 독립운동단체가 운영한 각종 군사학교의 졸업생과 재학생 명단을 싣고 앨범까지 확보하고 있다고 기록돼 있어 일제가 어느 정도 집요하게 독립운동가들을 추적했는지 짐작할 수 있게 해준다.
중국뿐 아니라 구 소련과 미국 내 독립운동단체의 조직 및 자금 출처 등을 망라한 ‘불령선인단체일람표’도 들어 있다. 이 표 아래 설명에는 구 소련 내 고려공산당 영수였던 이동휘(李東輝)가 1935년 1월 31일 사망했으며 2월 4일 장례를 치렀다는 내용까지 들어 있다.
신 전 총장은 “이 자료는 일본이 얼마나 철저하게 독립운동가들을 감시했는지를 잘 보여준다”라고 말했다.
임경석(林京錫·한국근현대사) 성균관대 교수는 “‘사상연구자료’는 일본 내 사회주의운동가와 조선 독립운동가들에 대해 시리즈로 발간된 사찰 보고서였다”며 “중국 내 독립운동가들을 망라한 특집편인 제25호는 국내에는 공개된 적이 없어 독립운동 연구에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권재현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