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동이 힘든 노인을 목욕시키고 있는 문진순 대한적십자사 금산지구협의회 회장.- 금산=지명훈기자
13일 낮 12시40분 충남 금산군 금산읍 상옥리 황용문씨(85)의 집.
4개월 전 병환으로 거동이 어려워진 황씨를 목욕시키기 위해 문진순 대한적십자사 금산지구협의회 회장(49·여)과 강정우 부회장(57), 서분임 금산읍단위봉사회 부회장(57)이 들어서자 황씨의 부인 김서운씨(74)가 반갑게 맞았다.
문 회장은 황씨의 병세를 물은 뒤 동료들과 함께 황씨를 목욕탕으로 옮겨 몸을 씻기기 시작했다. 양치질에서 머리감기기, 몸씻기기까지 지난 6년간 하루가 멀다 하고 해온 솜씨라 거침이 없다.
조금 전만 해도 굳어 있던 황씨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부인 김씨는 “다리나 팔을 가끔 씻겨 주지만 몸을 들 수 없어 목욕은 엄두도 못낸다”며 “식구들도 못하는 일을 이렇게 매번 해주니 미안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문 회장은 가져왔던 목욕도구 등을 가방에 챙겨 넣고는 협의회 봉사전용 차량인 110cc짜리 오토바이의 시동을 걸었다.
그가 봉사활동을 시작한 것은 1998년. 그 전까지 16년간 시부모님 병 수발을 들었다. 시어머니의 경우 6년간 대소변을 받아내야 했다. 이 때문에 지역 유림으로부터 ‘효행효부상’을 받기도 했다.
당시 시어머니 병환 때문에 방안에서 냄새가 나고 가세가 기울자 가까운 친척들도 발길을 끊었고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다.
그는 이런 아픈 경험 때문에 남편(52)에게 “시어머니가 돌아가시면 바로 남을 돕는 봉사 활동을 시작하겠다”고 말했고 그 약속을 지키고 있다.
병 수발 때문에 진 빚을 갚기 위해 읍내에 ‘대양’이라는 식당을 차렸지만 봉사활동을 위해 비워놓는 시간이 더 많다.
식당은 협의회 사무실로도 쓰인다. 그는 식당일이 한산해지면 금산군 내 목욕 및 이발봉사 대상자 200여명의 연락처가 적힌 파일을 꺼내 전화를 걸어 안부도 묻고 방문 날짜도 잡는다.
그의 봉사 방식은 목욕 이발 청소 세탁 등 철저히 ‘몸으로 때우기’다. 웬만큼 봉사활동에 익숙한 사람도 꺼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100kg이 넘는 거구를 옮겨 목욕시키다 허리를 다치기도 했지만 한달에 10여번씩 목욕봉사를 하고 있다. 휠체어를 탄 장애인이나 독거노인의 야외 나들이 등에도 꼬박꼬박 참석한다.
문 회장은 “식구도 포기해 보름씩 방치한 환자를 비누칠을 해 말끔하게 씻겨 놓으면 더할 수 없이 좋아한다”며 “그 모습이 좋아 봉사활동에 나선다”고 말했다.
금산=지명훈기자 mhj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