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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경제 침체 우려]교통비 껑충… 난방비 들썩…

입력 | 2004-08-15 18:45:00


서울 청계천에서 개인 용달업을 하는 박모씨(52)는 요즘 한숨이 늘었다. 일거리는 작년에 비해 절반으로 줄었는데 기름값은 계속 올라 먹고살기가 빠듯하기 때문.

박씨는 “작년에는 서울∼부산을 왕복하는 데 경유 값이 7만∼8만원 정도였는데 요즘은 10만원이 넘는다. 고속도로 통행료와 식대 등을 빼면 남는 게 별로 없다”고 하소연했다.

고유가에 따른 서민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당장 기름값이 뛰는 것은 물론이고 도시가스 요금, 난방비 등 에너지 요금도 들썩거리고 있다.

▽L당 1400원을 넘어서는 휘발유 가격=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서울지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가격(매월 둘째주 평균)은 지난해 8월 L당 1318.31원에서 올해 8월에는 1422.30원으로 올랐다.

서울지역 휘발유 가격은 3월(1403.66원) 들어 사상 처음 1400원대를 돌파한 뒤 7월에는 1391.49원으로 다소 하락하는 듯하다가 8월 들어 1400원대 가격이 굳어지는 분위기다. 서울지역 경유 값도 지난해 8월 L당 823.95원에서 올해 8월에는 1010.21원으로 껑충 뛰었다.

전국 주유소의 휘발유 판매 평균 가격은 지난해 8월 둘째주 1268.53원에서 올해 8월 둘째주에는 1381.01원으로 올랐다. 경유 가격도 같은 기간 759.83원에서 953.44원으로 올랐다.

▽에너지 요금 줄줄이 인상될 조짐=국제유가가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도시가스 요금, 난방비 등 주요 에너지 요금도 조만간 인상될 것으로 보인다.

국제유가에 연동돼 가격이 결정되는 액화천연가스(LNG)는 도매 요금이 정부의 물가안정 방침에 따라 5월부터 동결된 상태여서 다음달 인상될 가능성이 높다.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LNG는 7∼8원의 요금상승 효과가 나타난다. 두바이유 가격이 5월 초 배럴당 33달러 초반에서 3개월 사이에 38달러를 넘어서 35∼40원의 인상요인이 발생한 셈이다.

정부는 13일 ‘제6차 경제민생 점검회의’에서 “도시가스 도매요금에 대해 유가 급등에 따른 인상요인을 9월과 11월 두 차례에 나누어 50%씩 반영하겠다”고 밝혔다.

난방비의 경우 한국지역난방공사는 상반기 연료가격 변동에 따라 지역난방 요금을 이달부터 2.68% 인상했다. 이번 난방비 인상으로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32평형 아파트의 경우 연간 난방비 부담이 66만4000원에서 68만2000원으로 1만8000원 정도 늘어났다.

전기요금도 올해 들어 발전량의 40%를 차지하는 무연탄 도입가가 2배 오른 데다 원유가격 폭등으로 더 이상 요금인상을 억누르기 어려운 상황이다. 아직 구체적인 인상 검토가 이뤄지지 않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유가 상승추세라면 하반기 인상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부 “교통세 인하 안 한다”=이처럼 고유가로 인한 국민 부담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지만 정부는 고유가 대책의 핵심조치인 교통세 인하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못 박았다.

이종규(李鍾奎) 재정경제부 세제실장은 “교통세를 L당 10원씩만 내려도 한해 6000억원의 세수(稅收)가 줄어든다”며 “교통세를 낮춘다고 해도 소비자가격이 낮아진다는 보장이 없어 인하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게다가 현재의 고유가가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교통세 인하를 검토하겠지만 계속 오르는 상황에서 교통세를 낮춰봐야 국민이 가격인하를 체감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정부 일각에서는 차라리 석유제품 가격이 오르도록 놔둬 소비절약을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으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