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최대 석유회사 유코스가 새 주인 찾기에 나섰다.
러시아 법무부는 12일 독일 드레스드너은행의 자회사인 드레스드너클라인보르트증권을 유코스의 자산 평가 기관으로 지정했다. 유코스 매각을 위한 사전 작업을 위해서다.
이에 따라 국제유가 상승의 주요 원인 중 하나였던 유코스 사태가 새 주인을 맞이하면서 마무리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서방 금융기관으로부터 공정한 평가를 받을 경우 유코스의 자산가치가 예상 밖으로 높게 나올 것으로 관측돼 13일 유코스 주가는 13% 상승했다.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이날 “유코스를 사려면 100억달러 이상의 자금력과 크렘린의 동의를 얻어낼 수 있는 정치력을 갖춰야 한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세계적인 에너지 메이저인 엑손모빌의 유코스 인수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엑손모빌은 유코스 사태 전부터 미하일 호도르코프스키 전 회장의 지분에 관심을 보였고 최근까지도 유코스측과 접촉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유전에 관심이 많은 다국적 석유사인 셰브론텍사코의 인수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유코스가 러시아 국영기업에 인수돼 사실상 국유화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측근인 이고리 세친 크렘린 부실장을 국영석유회사인 로스네프티 회장으로 임명한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는 것.
크렘린이 로스네프티를 통해 유코스를 직접 통제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럴 경우 ‘시장개혁의 후퇴’라는 비난은 물론이고 러시아경제 전체에 대한 국제사회의 불신을 부를 수 있다는 것이 크렘린의 고민이다.
물론 다른 러시아 재벌이 유코스를 인수할 수도 있다. 유코스 사태 전까지 유코스와의 합병을 추진하던 시브네프티가 유력 후보다.
그러나 시브네프티의 대주주이자 러시아 최대 갑부인 로만 아브라모비치는 크렘린의 눈치를 보느라 애매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정체가 불투명한 다국적 자본들도 유코스를 노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아랍에미리트 왕가가 유코스 인수를 추진 중이라는 보도가 있자 아랍에미리트 정부는 “사실과 다르다”며 해명하기도 했다.
모스크바=김기현특파원kimki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