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테네 올림픽 개회식은 시인 호메로스가 ‘포도주 빛 바다’라 읊었던 푸른 에게해를 무대로 그리스 신화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 청과 백이 교차된 그리스 국기를 든 소년이 탄 작은 배가 등장하자 가수 비요크는 ‘오세아니아(대양)’를 불렀다. 그리스인은 바다의 민족이며 에게해는 어업의 터전이 아니라 항해의 공간임을 다시 한번 일깨워 준 것이다.
에게해는 육지로 둘러싸인 바다다. ‘에게’라는 이름은 전설상의 아테네 왕 아게우스의 슬픈 죽음에서 유래됐다. 실제로 그곳은 조수간만의 차도 작고 수초도 자라지 않아 고기다운 고기가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풍랑이 거의 없어 항해엔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그 덕분에 페니키아의 알파벳을 받아들여 그리스 문자로 만들었고, 이집트로부터는 수준 높은 수학과 건축술을 배워 일찍부터 문명의 꽃을 피울 수 있었다. 바다를 이렇게 활용한 민족은 이들 외에는 없었다.
그리스의 면적은 한반도의 5분의 3정도다. 하지만 에게해를 거느리고 있어 실제보다 훨씬 크게 보인다. 이 열린 바다로 나가는 출구인 피레우스 항은 크고 작은 배들로 늘 가득하다. 찾는 사람이 많은 여름이 특히 그렇다. 이번 올림픽 기간에는 세계 최대의 호화 여객선 퀸 메리 2호도 합세해 장관을 펼친다. 15만t이 넘는 이 대형 여객선은 물위에 떠있는 특급호텔로 사용되며,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 세계 유명 인사와 부호들이 묵게 된다.
피레우스는 아테네의 외항(지하철로 10개 역 거리)이라 해안에는 2500년 전에 쌓은 긴 방벽이 그대로 남아 있다. 지금은 그 위로 호텔이 늘어서 잔잔한 에게해의 수평선을 바라보고 있다. 늘 이런 수평선을 보아 왔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리스인들은 어느 민족보다 앞서 민주주의를 실현했다. 고대 그리스에는 아테네 같은 도시국가들이 수백을 헤아렸으나 모두 수평적 관계를 유지했고, 4년마다 한 번씩은 하던 전쟁마저도 중단한 채 올림픽대회를 열었다.
에게해가 없었다면 그들은 과연 어떤 삶과 역사를 만들었을까. 궁금하기 짝이 없다.
역사여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