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려인의 기상을 상징하는 광개토대왕비 복제비가 충남 천안시 독립기념관 ‘겨레의 집’ 앞에 3년 만에 완성됐으나 건립단체간 의견대립으로 제막이 지연되고 있다.
높이 6.4m의 이 복제비는 계룡장학재단(이사장 이인구 계룡건설 명예회장)이 중국 지린(吉林)서 지안(集安)시에 있는 광개토대왕비를 복제해 독립기념관에 건립 기증키로 해 추진된 것.
재단측은 이 비를 만들기 위해 실제 광개토왕비와 흡사한 높이 5.34m, 너비 1.5m, 두께 1.5m, 무게 37t 크기의 돌을 중국으로부터 직접 들여오기도 했다. 계획을 구상하고 복제, 건립하는 데까지 꼬박 3년이 걸렸으며 8억원이 들었다.
하지만 5월 완공된 이 복제비는 천막을 뒤집어 쓴 채 3개월째 공개되지 못하고 있다.
재단측은 재단이 주도해 건립했다는 사실을 안내문에 명기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독립기념관은 “순수성이 없다”며 반대하고 있기 때문.
계룡장학재단측은 “어떤 이유로 복제비를 건립하게 됐는지 설명하자는 것”이라며 “비문 내용에 대해 학자들간 의견이 분분해 제작과정과 건립취지를 담자는 것인데 기념관측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독립기념관측은 “비를 건립한 계룡장학재단이 공헌비 성격의 안내문 설치를 요구하고 있으나 독립기념관에는 기부물품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며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이 복제비는 애초 대전 둔산문예공원에 건립하려다 “백제를 공략한 내용의 고구려 공적비를 옛 백제 땅에 세울 수 없다”는 지역여론에 부딪혀 독립기념관으로 옮겨졌다.
이기진기자 doyo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