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맞서온 남북 태권도의 통합이 그리스 아테네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 겸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는 14일 오후(한국시간) 한국과 중국의 여자농구 예선 첫 경기가 열린 아테네 헬레니코 종합경기장에서 안민석 열린우리당 의원을 만나 남북 태권도의 통합 문제를 논의했다.
장 위원은 이 자리에서 “현재 태권도는 큰 위기에 처해 있다. 태권도가 IOC의 퇴출 대상에서 벗어나려면 통합만이 살 길”이라고 전제한 뒤 “남측이 기득권을 버린다면 우리도 전향적으로 나설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또 “태권도가 하나가 되는 것은 ‘남북 유일팀’ 구성은 물론 나아가 민족정신을 통합하는 첫걸음이 될 것”이라며 “6월 김운용 IOC 부위원장에 이어 세계태권도연맹(WTF)을 맡은 조정원 총재와 언제든 만날 용의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안 의원은 “조 총재가 이미 아테네에 와 있는 만큼 가능한 한 빨리 회동을 주선하겠다”고 말했고 조 총재도 만남을 흔쾌히 수락했다.
남북 태권도의 통합은 단일팀 구성만큼이나 어려운 문제. 남북이 서로 다른 세계 기구와 경기 규칙, 정치적 기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고 최홍희 총재에 의해 서울에서 창설된 ITF는 71년 김운용 총재가 WTF를 만들자 이듬해 ITF와 함께 캐나다로 망명하면서 서로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후 최 총재는 80년 북한에 ITF를 전파했고 2002년 그가 위암으로 사망한 뒤에는 장웅 총재가 뒤를 이었다. 이 과정에서 ITF는 장 총재와 최 전 총재의 아들인 최중화씨가 후계자 자리를 놓고 갈등을 빚으면서 현재 분열된 상태. 안 의원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의 남북 단일팀 결의안을 대표 발의한 만큼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폐회식에 즈음해 남북한 및 중국의 IOC 관계자가 모여 남북 단일팀 구성을 지지하는 성명서를 발표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아테네=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