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사 진상규명과 관련해 “국가기관의 은폐와 비협조 문제가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고 지적하자 관련기관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의 활동 과정에서 조사위원들과 마찰을 빚었던 국가정보원과 국방부, 경찰 등은 대통령의 진의가 무엇인지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국정원. 국정원은 과거의 인권침해와 불법행위에 대해 광범위한 자체 조사에 착수할 방침이다.
국정원은 조만간 원 내외 전문가와 시민단체가 참여하는 ‘국정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가칭)를 구성해 운영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를 위해 시민단체와도 접촉해 위원회 운영방안을 협의할 예정이다.
국방부는 과거 군사정권 당시 국가기관 대부분이 군과 연관돼 있었기 때문에 적지 않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조사 대상자 대부분이 이미 군을 떠났지만 과거사 청산 과정에서 현재 군에 대한 대국민 신뢰도가 추락할까 걱정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방부는 일단 군통수권자의 의지인 만큼 적극 협조하겠다는 방침이다. 윤광웅(尹光雄) 국방부 장관은 12일 기자간담회에서 “군 지휘관들이 의문사위 등의 조사과정에서 업무에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군이나 국정원에 비해 진상규명 대상이 적다는 생각이다. 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 신분으로서 구체적인 지시가 있기 전까지 경찰의 입장을 밝히기는 곤란하다”고 말했다.윤영찬기자 yyc11@donga.com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