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보험인이 최근 펴낸 책 한 권 때문에 보험업계가 소란스럽다.
저자는 지난해 보험회사 사무직을 그만 둔 장태상씨(34).
그는 ‘생명보험의 비밀’을 통해 “보험회사들이 고객에게 제대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큰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보험 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한 생명보험회사 간부는 “독선과 논리의 비약으로 가득 찬 책”이라며 “한 보험회사에서 고작 10년 일한 지엽적인 경험으로 이미 선진국에서 정착된 보험영업 방식을 공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이 책은 보는 시각에 따라 의견이 다를 수 있는 쟁점에 대해 다소 무리한 단순화나 일반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저자의 문제의식에는 모두가 공감할 만하다.
장씨는 “금융회사 금융인 고객이 함께 번영을 누리는 ‘3자 공영(共榮)’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서는 “고객 스스로 무관심에서 벗어나 충분히 공부하고 꼼꼼히 따져본 뒤 금융회사와 상품을 고르라”는 것이다.
최근 금융시장 상황에서 장씨의 조언은 시의적절하다. 곳곳에서 ‘3자 공영’이 아니라 ‘3자 갈등’ 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신용카드회사와 가맹점들은 수수료 인상 문제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부담은 신용카드와 가맹점의 소비자인 일반 서민에게 돌아올지도 모른다.
은행들은 각종 수수료가 원가의 3분의 1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며 수수료를 지금보다 훨씬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과거 신용카드 업계가 호황이고 은행의 공공성이 강조될 때는 금융회사가 수수료 등의 부담을 감수했다. 이제 신용카드 업계의 거품이 꺼지고 은행의 수익성이 강조되면서 ‘수익자 부담 원칙’이 강조되고 있다.
시장경제 원칙에 바탕을 둔 금융회사들의 주장을 무턱대고 비판할 수만은 없다. 분명한 것은 소비자가 그냥 앉아서 받았던 혜택이 점점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제 금융 소비자들은 눈을 부릅뜨고 발품을 팔아 더 나은 금융회사, 더 좋고 싼 금융상품을 찾아다니는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면 금융시장의 3자 공영도 이루어질 것이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