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2·4분기(4∼6월) 일본의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4% 성장하는 데 그쳤다. 연율로 환산한 성장률은 1.7%. 지난해 4·4분기 성장률(연율 환산)이 7.4%까지 치솟고 올해 1·4분기에도 6.6%를 나타낸 점을 감안하면 고속 질주하던 승용차에 급브레이크가 걸린 형국이다.
“수치가 좀 낮아졌지만 일본 경제의 견조한 회복 기조에는 변화가 없다. 높은 수준에서의 제자리걸음이다.”(내각부 고위 관계자)
“미국 경제의 부진과 국제유가 오름세가 지속되면 성장률이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최근 성적표가 실력 이상으로 잘 나온 측면도 있다.”(미즈호증권의 이코노미스트)
성장률 하락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장밋빛 경기 전망에 도취했다가 다시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무엇보다 가계소득의 증가와 소비의 뒷받침이 없이 제조업체의 실적 호전에만 의존하는 경기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는 점이 드러났다고 일본 언론은 전한다.
자동차 전자 철강 등 주력 업종의 대기업들은 지난해에 이어 올 상반기에도 사상 최대의 실적을 올렸다. 하지만 가계는 아직 경기회복의 과실(果實)을 챙기지 못하고 있다.
한 이코노미스트는 “지금까지는 소득이 늘어날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에 부풀어 디지털가전 제품을 사들였지만 올해 임금협상에서도 동결 또는 소폭 인상으로 결론나자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고 분석했다. 피고용자 보수가 전년 같은 기간보다 0.9% 줄었고, 이를 반영해 민간소비 지출도 0.6% 증가에 그쳤다.
올 상반기 백화점 매출은 7년 연속, 슈퍼마켓은 8년 연속 전년 실적보다 줄어드는 하향곡선을 그렸다. 대형 슈퍼마켓 체인의 사장은 “식품 부문은 약간 좋아졌지만 의류나 가구는 여전히 안 팔린다”고 말했다.
일본 경제는 다시 침체에 빠지는 걸까. 고속 성장은 힘들겠지만 올해에도 4%대의 성장은 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전문가들은 경기상승 국면이 짧게는 내년 상반기, 길게 잡아 2006년까지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2·4분기의 성장률이 다소 떨어졌다지만 일본 경제는 어쨌든 9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어갔다.
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