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아나운서 정은임씨가 차량 사고로 숨졌다. 정씨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렉스턴을 몰다가 사고로 차가 뒤집어지면서 변을 당했다. 2001년에는 개그맨 양종철씨가 같은 사고로 사망하는 등 SUV 전복 사고는 잊혀질 만하면 다시 들려오는 뉴스다. 튼튼하고 강인한 차체를 자랑하는 SUV는 차량 충돌시 세단에 비해 훨씬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러나 차체가 높아 뒤집어질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는 것이 약점이다. SUV 운전자가 급증하면서 자동차 업체들은 차량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각종 기술에 부쩍 신경을 쓰고 있다.》
▽“美 SUV 30%, 전복위험 높아”=SUV 차량의 최저 지상고(바닥에서 차체 하단까지의 높이)는 20cm 정도로 세단(13∼15cm)에 비해 높다. 높이 ‘떠 있는’ 상태여서 중심을 잃으면 전복될 우려가 있다는 의미다.
최근 미국 교통부 산하 국립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현지에서 판매 중인 2004년형 SUV 가운데 3분의 1은 전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포드의 익스플로러 스포트 트랙은 전복 위험도 측정에서 차량 전복 발생률이 34.8%로 조사 대상 가운데 가장 높았다. 머큐리와 GMC, 시보레, 지프 등도 이 점에서 안전하지 못했다.
반면 크라이슬러의 퍼시피카, 닛산의 무라노, 혼다의 파일럿, 볼보의 XC90 등은 전복 발생률이 13∼17%로 상대적으로 낮았다.
차량에 장착된 안전장치들은 이름은 조금씩 다르지만 역할이나 작동 원리는 대개 비슷하다. 차이는 각 사의 기술 및 적용된 차량 모델의 특성 등에 따라 결정된다.
▽안정성과 제동력에서 승부=급정거, 급회전 때에도 차량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제동력을 적절히 나눠 사용하는 것이 포인트다.
쌍용자동차의 뉴렉스턴에 최근 장착된 차량자세 제어 프로그램(ESP·Electronic Stability Program)은 급회전을 할 때 전복 사고나 주행 궤도 이탈을 막아 주는 장치. 네 바퀴에 달린 센서가 차량의 회전각도 등을 감지해 엔진 출력과 브레이크 작동을 자동으로 조정해 준다. 이 첨단 시스템은 현대자동차의 투싼에도 곧 적용될 예정이다.
기아자동차의 신차 스포티지는 미끄러운 길에서 코너를 돌 때 각 바퀴의 미끄러짐을 방지하는 FTCS 장치를 달았다.
볼보의 XC90은 개발 단계부터 전복에 대비한 안전장치를 특별히 고려해 만들어진 모델. 이 차량에 적용된 전복방지시스템(RSC)은 회전시 차체의 기울기 변화 속도를 기억해 뒀다가 ‘한계 차체 기울기’를 계산해 엔진과 브레이크를 조정한다.
이 밖에 BMW X5 4.4i 모델은 ADB-X라고 불리는 브레이크 제어 시스템을, 메르세데스벤츠의 M클래스는 4ETS, 포르셰 카이엔은 PSM라고 불리는 안전장치를 각각 장착하고 있다.
급정지시 브레이크를 1초에 수십 번 밟는 것과 같은 효과로 제동력을 높이는 ‘잠김 방지 제동장치(ABS)’와 ‘전자제어 제동력 배분(EBD)’ 시스템 등은 기본이다.
안전 시스템에도 불구하고 때로 사고는 피할 수 없는 법. 이 경우 에어백 등 피해 완충 장치의 역할이 중요해진다.
올해 초 영동고속도로 눈길에서 볼보 SUV를 몰다가 차량이 세 번 구르는 사고를 당한 신모씨(38)는 “큰 사고였는데도 가족들이 가벼운 타박상 외에는 다친 데가 없었다”며 “안전장치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