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장관이 엊그제 시민단체(NGO)의 기획 탈북 시도에 대해 ‘자제’를 당부했다. “시민단체가 북한 주민의 탈북을 유도하거나 조장하면 대북(對北) 화해협력 정책에 부합하지 않고 남북관계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대북정책을 담당하는 통일부 장관으로서, 그리고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이라는 정 장관의 새 직분에 비춰 봐도 적절치 않은 발언이라고 본다.
탈북자 지원단체들은 사실상 정부가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 통일부 장관이 이런 단체들을 지원해 주지는 못할망정 활동 자제를 요구한 것은, 남한에 오기를 고대하며 제3국을 방황하는 수많은 탈북자들의 소망에 찬물을 끼얹는 행위로 비칠 수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시민단체의 활동을 대신할 획기적인 탈북자 대책을 마련해 놓은 것도 아니지 않은가.
“(김일성 북한 주석의) 조문 문제와 (468명의) 탈북자 이송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 북한의 오해가 유발된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정 장관의 발언에도 문제가 있다. 북한은 광복절까지 마치기로 한 군사분계선(MDL) 선전물 철거 약속을 지키지 않은 채 최근에도 남측에 대한 비난을 계속하고 있다. 급기야는 탈북자 지원단체에 대한 북한의 보복테러 가능성까지 제기된 상태다. 중단된 남북대화를 다시 잇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정부는 언제까지 이런 상대에게 저자세로 일관해야 하는가.
결국 정부의 ‘북한 비위맞추기’가 문제다. 정부는 북한의 심기를 살피는 식의 자세로는 진정한 의미의 남북관계 진전이 이뤄지기 어렵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대화에 급급하면서 정작 북한 주민의 인권을 외면하는 정책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사실도 명백해졌다.
북한-외교-안보 분야의 새 ‘팀장’이 된 정 장관은 북한에 대해 좀 더 ‘균형 잡힌 시각’을 갖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