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사립학교 재단이 갖고 있는 교직원 임명권을 학교장에게 주고 학교운영위원회와 대학평위원회가 학사운영의 주요사항을 심의할 수 있도록 사립학교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전국 사립대 총장과 재단 이사장들이 반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사립대학총장협의회와 한국대학발전위원회, 한국사학법인연합회는 17일 오전 10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전경련회관에서 사립대 총장과 재단 이사장 등 7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글로벌시대의 대학교육’을 주제로 국제학술대회를 개최한다.
이번 대회에서 총장들은 전체 사학인의 의견과 반성을 담은 ‘사학의 반성과 정부의 사학정책 자율화에 대한 결의’라는 결의문도 채택하기로 했다.
결의문에는 학생수 감소 등으로 위기에 몰린 사립학교의 각성을 촉구하고 사학들이 본연의 임무와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정부의 규제를 완화해 달라는 건의 등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참석자들은 행사에 앞서 16일 배포한 세미나 자료집에서 정부와 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 추진에 대해 “시대에 역행하는 처사”라고 비판했다.
신극범(愼克範·대전대 총장) 사립대총장협의회장은 “정부의 사립학교법 개정 방향은 5공화국의 사립학교 정책으로 회귀하자는 주장과 같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현행 사립대 관련법은 사립대의 자율성과 공공성 가운데 공공성만 지나치게 강조해 감독과 규제에 무게를 두고 있다”며 “행정 재정 및 학생선발 등 학사운영 전반에 자율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광자(李光子) 서울여대 총장은 “소수의 사학 비리 때문에 모든 사학을 규제하려는 것은 옳지 않다”며 “정부의 제재 강화는 시대에 역행하는 것이며, 오히려 사학의 건학이념과 특성에 따라 자율권을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교육부총리를 지낸 이상주(李相周) 성신여대 총장은 “정부 여당의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갈등과 혼란을 야기하고 과격 세력에 의해 사학의 운영권마저 탈취당할 위험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스티븐 트랜텐버그 미국 조지워싱턴대 총장, 기요나리 다다오(淸成忠男) 일본 호세이대 총장 겸 이사장 등이 참석해 “사학은 규제가 없어야 자율 발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주제 발표를 할 예정이다.
홍성철기자 sungchu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