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유명 포털사이트의 ‘묻고 답하기’ 코너에서 본 글이다.
“제가 ‘산업대’에 가려고 하는데 주변 친구들과 부모님이 산업대에 대해 안 좋게 생각하고 있더라고요. 산업대를 나오면 일반 회사에 취직하기 힘들까요?”
“산업대학은 개방대학이라고도 합니다. 말 그대로 모든 사람에게 개방한다는 뜻이며(…) 나이가 좀 든 학생들이 그래서 많죠. 그러나 학사시스템은 일반 4년제 대학과 똑같습니다. 굳이 목표를 산업대학에 가겠다고 세울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일반 4년제 대학에 가시는 것이 좋습니다.”
‘일반 대학과 다를 것 없지만 굳이 산업대학을 권하고 싶지 않다’는 지적은 오늘날 산업대가 안고 있는 고민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일반 대학과 같이 인재양성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도 단지 ‘산업대’라는 이유만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오해와 편견이 현재 전국 18개 산업대(국립 8, 사립 10개)의 19만여명에 달하는 재학생과 교직원의 사기를 꺾고 있다.
물론 10여년 전 2년제 국립 전문대가 4년제 산업대로 개편되는 과정에서, 그리고 그 뒤 사학재단이 산업대를 설립할 때 일반 대학에 비해 혜택을 받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설립 경위나 설립 목적에 관계없이 오늘날 산업대는 일반 대학과 별 차이 없이 신입생을 받아들이게 됐다. 이는 산업대가 원해서 그렇게 된 것은 아니다. 한국 특유의 높은 대학교육 열기가 원인이라면 원인이다. 이 때문에 산업대의 구성원들은 일반 대학으로의 전환을 강력히 원하고 있다. 그러나 ‘태생’이 다르다고 해서, 인재의 중복 양성이 우려된다고 해서, 외형적 교육 여건이 부족하다고 해서 이마저 거부되고 있는 실정이다.
‘산업대’라는 이름을 그대로 갖고 갈 수밖에 없다면, 거기에 걸맞은 지원과 투자를 해줌으로써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기반만이라도 만들어 달라는 것이 산업대의 희망이다. 미래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적 자원은 이론 중심이 아니라 실용성과 현실적응력을 갖춘 현장 중심의 지식인이며 이런 지식인을 양성하겠다고 만든 것이 바로 산업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산업대가 제대로 대접 받기는커녕 오해와 편견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일반 대학, 그중에서도 명문대학 중심의 교육정책, 실익 없는 대학 구분에서 비롯되는 소외감, 현장 중심 교육보다 강의실 교육에 치중된 재정 지원, 발전 가능성보다 현재의 여건만 중시하는 대학평가제, 산업대와 일반 대학을 구분해 지원토록 하는 부당한 신입생 선발제도 등 거론하자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게다가 산업대의 교수 1인당 학생 수는 일반 대학의 2배나 된다. 하드웨어적 교육 여건도 일반 대학의 2분의 1에 불과한, 열악한 현실에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산업대는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19만여명이라는 구성원 수가 보여 주듯 질적 양적 성장을 거듭해 왔다.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을 뜻한다.
정부는 최근 지방 혁신과 지방 분권을 위해 각 지역 현장에 뿌리박은 지방대학들이 중심역할을 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그런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대학이 과연 어느 대학이겠는가.
전영길 한경대 교수·경영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