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중국간 고구려 논쟁이 심화되면서 일본의 일부 국수주의 세력이 쾌재를 부르고 있다.
현재 일본 역사학계의 통설은 ‘고구려는 한민족의 고대국가’라는 것으로, 역사를 개조하려는 중국의 새로운 사관에 대해서는 대체로 부정적이다.
하지만 국수주의적 세력은 다소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아시아 침략을 진출이라 표현하는 역사왜곡 교과서를 펴냈다가 한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의 양심적인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세찬 비난을 받고 다소 움츠러든 상태였다. 그러나 최근 한국과 중국이 고대사를 놓고 치열한 대결을 펼치자 ‘역사는 자국 관점에서 기술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들고 나오면서 역사왜곡 교과서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는 것.
16일 산케이신문이 게재한 ‘고구려 논쟁-모두 역사에 대해 진지하다’는 제목의 사설은 이런 논조를 대변하고 있다.
이 사설은 “중국은 현재의 영토를 절대시해 영토 내의 모든 역사를 중국사로 편입, 중국의 대국성과 위대성을 확인하려는 뜻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또 이 배경에는 경제발전을 통해 자신감을 얻은 중국의 팽창주의 내지 대국주의적 국가의식, 민족의식이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한국으로서는 중국 대륙에까지 펼쳐졌던 고구려에 대한 향수가 있는 데다 수나 당과 싸운 고구려를 민족의 자랑으로 여겨 왔기에 민족의 역사를 부인하는 중국의 동향에 대해 침묵할 수 없는 사정이라고 소개했다.
신문은 “티베트를 비롯해 많은 민족을 껴안고 있는 중국은 현재의 지배권을 사수하려는 취지에서 역사 개조에 나선 것으로 보여 한국과 마찬가지로 역사에 관해 필사적”이라고 분석했다.
또 “일본에는 중국과 한국의 의향을 배려해 일본사를 기술해야 한다는 소리가 있다”며 “일본의 역사는 일본인의 관점에서 기술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사설은 “한중 역사분쟁은 ‘일본인의 역사’의 필요성을 새롭게 가르쳐 주고 있다”고 결론을 내리면서 일본 국수주의 세력이 펴낸 역사왜곡 교과서를 옹호했다.
도쿄=조헌주특파원 hans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