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사이클 개인 도로레이스에 출전해 67명중 51위를 한 한송희. 그는 “졌지만 이긴 것 같다”며 올림픽에 참가해 최선을 다했다는 사실에 만족했다.- 아테네=양종구기자
포기할까 몇 번이나 생각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완주 못한다면 웃음거리밖에 안될 것 같았다. 그래서 악착같이 페달을 밟았다.
사이클 여자 개인 도로레이스에 한국선수론 유일하게 출전한 한송희(21·천안시청). 15일 그리스 아테네 시티센터 13.2km 순환코스에서 열린 2004 아테네 올림픽 사이클 여자 개인 도로레이스 118.8km에서 67명 중 51위를 했지만 얼굴엔 해맑은 미소가 넘쳐흘렀다.
성적은 형편없었지만 국내에서 비인기 종목인데다 세계적으로 경쟁력도 없는 사이클에서 세계적인 강호들과 어깨를 겨룬 것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꼈다.
무엇보다 섭씨 31도, 습도 45%, 예고 없이 불어 닥친 강한 바람의 악조건에 표고차 100m의 난코스 13.2km를 9바퀴 도는 ‘지옥의 레이스’에서 살아남았다는 것만으로도 자부심이 느껴졌다. 이날 기권한 선수만 11명.
“사실 유럽 선수들과는 경쟁이 안돼 완주를 목표로 뛰었어요. 더운 날씨에 코스까지 어려운데다 6바퀴째 접어들어선 사이클에 문제가 생겨 고생했어요. 수십 번이나 그만둘까 고민했어요.”
역시 유럽은 사이클의 나라였다. 세계 최고의 도로경주인 ‘투르 드 프랑스’를 비롯해 각종 도로레이스가 펼쳐지는 대륙답게 이날 출발선은 물론 코스 곳곳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함성과 박수로 응원해줬다. 부럽기 그지없었다. 금메달을 획득한 호주의 사라 캐리건(3시간24분24초)에 비해 무려 16분19초나 뒤진 3시간40분43초에 결승선을 끊었지만 팬들은 코스 방호벽으로 세워둔 펜스를 두드리며 환호성을 지르며 ‘꼴찌’에게도 박수를 보냈다.
“졌지만 이겼다는 말이 있잖아요. 오늘 꼴찌에 가까운 성적을 냈지만 꼭 우승한 기분이었어요.”
사이클을 탄 지 어언 6년. 각종 국내대회와 아시아권 대회에서 상위권에 올랐지만 이날같이 하위권에 처져도 기분 좋기는 처음이었다.
아테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