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辛의장 15일 본보 단독인터뷰서 "과거사 꼭 밝혀야"

입력 | 2004-08-16 23:23:00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은 부친의 일본군 헌병 복무 사실이 밝혀지기 하루 전인 15일 동아일보와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친일 문제 등 과거사에 대한 진상규명 의지를 강조했다. 경제난 속에서 국가 정통성과 과거사 논쟁에 매몰돼 있는 정치권의 난국 타개 해법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된 인터뷰는 서울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본보 이동관 정치부장과의 대담형식으로 3시간에 걸쳐 진행됐다.

신 의장은 ‘정부 여당이 경제살리기를 뒷전으로 한 채 과거청산을 앞세워 분열을 꾀한다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에 대해 “그런 말은 과거사를 주제로 삼아 말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견강부회하는 것이다”고 일축했다.

그는 “개혁은 굽은 것을 펴고 막힌 곳을 뚫자는 것이다. 개혁을 해야 경제가 발전할 수 있으며 개혁 자체가 경제발전의 수단이다”고 강조한 뒤 “지금까지 어두운 시절에 득세한 사람이 주류를 이루고 국회 다수를 차지해 (진실이) 묻혀 왔다”고 덧붙였다.

이어 그는 “우리가 그것(과거사 규명과 개혁) 하겠다고 해서 정권을 잡았는데, 안 하면 직무유기”라며 “하고 나서 선거에서 심판 받으면 된다”고 거듭 의지를 다졌다.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광복절 경축사에서 과거사 진상규명 의지를 천명한 데 대해서도 신 의장은 “그건 오랫동안 주장해 온 것인데 40, 50년 동안 힘이 없어 못했지만 이젠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며 “누가 뭐라고 해도 우리는 한다”고 못 박았다.

그는 친일진상규명법의 경우 다른 과거사 문제와 분리해 별도 처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친일 문제는 국권을 빼앗겼던 일제강점기 치하에서 일어났던 일이기 때문에 국가기관의 불법 행위 또는 인권침해 행위를 조명하는 일반적인 과거사 문제와는 본질이 다르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국회에 개별적으로 제출된 과거사 관련 법안이 15개 정도 되는데, 전체적인 맥을 짚어 통일적으로 입법하는 게 필요하다”면서도 “친일 문제까지 과거사에 통합할 경우 핀트가 흐려지고 친일 규명 작업이 효율적으로 되지 못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사 규명 관련 특별위원회의 구성과 운영에 대해서도 신 의장은 비교적 소상히 소신을 밝혔다. 그는 “과거사 특위는 정치인들로 구성돼서는 정치 논쟁이 되기 쉽기 때문에 범국민정치개혁협의회처럼 사회지도층으로 구성해서 국회의장 직속으로 하든지 해야 한다”며 “명칭이나 구성 방법, 조사 범위 등은 위원회 자율에 맡겨야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진실과 화해 그리고 미래위원회’가 어떨까 제안해 본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그는 과거사 규명의 목적과 의도에 대해서는 “누구를 처벌하겠다는 그런 정치적 목적으로 이용하려는 게 아니다. 어두운 시대의 문제점을 해결하면서 진정한 화해를 이룩하고 국론을 모아 미래로 가야 한다”고 선을 그었다.

신 의장은 국가보안법 폐지 등 개혁과제와 관련해선 “국보법이 없어도 우리나라는 절대 안전하다. 명쾌하게 폐지하겠다”며 “100대 개혁과제를 올 정기국회 회기 내에 모두 입법화하겠다”고 단언했다.

열린우리당의 노선에 대해 그는 “이념적으로는 중도이고 실행 방법이 개혁”이라며 “개혁과제는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에게 맡기고 나는 당을 건설하고 완성시키는 일, 100년 가는 정당을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윤종구기자 jkma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