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이야기를 해도 재미있고 감칠 맛 나게 하는 사람이 있다. 만화가 강풀(30·본명 강도영)이 그런 부류에 속한다. 그가 최근 펴낸 ‘일쌍다반사’(문학세계사)는 작가의 재담꾼 기질을 여과없이 드러낸 책이다. 책을 보고 있으면 낄낄거리며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을 수가 없다.
‘일쌍다반사’는 2006년 6월부터 그의 홈페이지(www.kangfull.com)에 연재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한 스포츠신문에도 실리고 있다. 그는 ‘순정만화’라는 작품으로 스타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 ‘일쌍다반사’는 ‘순정만화’보다 먼저 인터넷에서 연재한 작품으로 이번에 처음 책으로 묶었다. 인터넷 연재 중 리플이 많이 달린 것들만 모았다.
‘일쌍다반사’는 일상의 ‘쌍스러운’ 이야기를 담은 만화다. 평범한 사람들에게서 일어날 수 있는 엽기적이고 황당한 이야기로 구성돼 있다. 예를 들면, 후배들과 술을 먹은 뒤 택시 태워준다며 도로에 늘어선 택시에 한명씩 태워보내고 자신도 탔는데 깨고 보니 택시가 아니라 공중전화 부스였고, 후배들도 나란히 같은 곳에서 자고 있었다는 것이다.
이 책의 에피소드 111편은 술 먹고 토하거나 용변이 급해 벌어지는 엽기적인 상황을 비롯해 군대와 학교, 귀신 이야기를 많이 다루고 있다.
그림을 칸으로 구분하지 않고 흘러가듯 연결시켜 마치 옆에서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편안한 느낌을 주는 것도 재미를 더한다.
그는 현재 인터넷 사이트 다음에 ‘미스테리 심리 썰렁물’이라는 제목으로 머리 주뼛 서는 공포물을 연재하고 있다. 그는 ‘미스테리…’가 끝나면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순애보’를 연재하고 그 다음엔 5·18 광주 민주화운동을 정면으로 다룬 만화를 그릴 예정이다. 그의 이야기 보따리의 끝이 궁금하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