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박근혜 대표가 18일 서울 염창동 당사로 들어서고 있다. 한나라당은 여권의 과거사 진상규명을 차단하는 대신 경제살리기로 차별화를 꾀하려 하고 있다.- 연합
한나라당은 18일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의 사퇴 이후 예상되는 여권의 과거사 진상 규명 드라이브를 총력 저지하기로 입장을 정리했다.
임태희(任太熙) 대변인은 이날 “신 의장의 경우처럼 정치권 내의 과거 진상 규명은 사회 분열과 혼란만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고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이 친일 진상 규명의 대상을 넓힐 경우 진상 규명에 100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비판했다.
남경필(南景弼) 원내수석부대표는 한 걸음 더 나아가 “8월 임시국회는 결산 국회가 주목적인 만큼 여당이 힘으로 과거를 이용하려는 것을 협상 과정에서부터 단호히 저지하겠다”며 과거사 진상 규명 특위 구성을 원천 봉쇄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그는 또 “적에게 타격을 주기 위해 역사 문제를 이용하려는 여권의 발상은 제2, 제3의 신기남을 낳을 것”이라며 맹비난했다.
김학송(金鶴松) 제1사무부총장도 “과거사 규명이 야당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라면 여권은 이 문제에서 손을 떼야 한다”며 “정부가 쓰는 관제의 역사는 또 다른 시빗거리만 만들어 진실 규명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17일 국가기관의 과거사 진상 규명 추진을 재확인한 점을 들어 여권이 국면 전환을 위한 일대 반격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 핵심 관계자는 “여권이 금명간 국가정보원과 경찰에 유신시절 민주화 인사에 대한 고문사건 등을 자백하게 해 박근혜 대표를 정조준할 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한나라당은 19일 야3당과 함께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대토론회’를 공동 개최하는 등 민생 경제 회복에 당력을 모아 여권과 차별성을 꾀한다는 계획이다.
이한구(李漢久) 정책위의장은 17일 고위 당정정책조정회의에서 연기금을 사회간접자본에 투자할 수 있도록 의견을 모은 것에 대해 “무분별한 대형 국책사업을 추진하겠다는 속내”라며 “반드시 운영 수익이 안정적으로 보장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