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친 친일행적 사과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왼쪽)이 18일 서울 여의도 광복회를 찾아가 김우전 광복회장에게 부친의 친일행적에 관해 사과했다. 신 의장은 사죄를 받아달라고 요청했으나 김 회장은 분명한 답변을 하지 않았다.- 서영수기자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사퇴를 하루 앞둔 18일 주변 정리에 나섰다.
신 의장의 사퇴 결심은 17일 밤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를 여의도 모처에서 만난 뒤 굳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서 신 의장은 “자리에 연연할 생각이 없다”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신 의장의 부친으로부터 고문을 받았다는 피해자의 증언이 본보 18일자 가판신문에 보도된 것이 신 의장의 사퇴결심을 앞당겼다는 후문이다.
신 의장은 18일 오전 김부겸(金富謙) 비서실장, 최규성(崔圭成) 사무처장, 김성곤(金星坤) 특보단장과 국회에서 긴급대책회의를 열었다. 이어 당권파 핵심의원들과 비공개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일부 중진들이 사퇴를 만류했지만 그의 결심을 돌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회 의원회관으로 돌아온 신 의장은 전화를 붙잡았다.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 문희상(文喜相) 상임고문, 이부영(李富榮) 상임중앙위원 등에게 잇달아 전화를 걸어 “내일 중(19일)으로 거취를 표명하겠다”며 자신의 사퇴의사를 전했다.
이부영 상임중앙위원은 전화를 걸어온 신 의장에게 “순리와 원칙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시각 김부겸 비서실장은 의원회관에 있는 문희상 상임고문을 찾아가 신 의장 사퇴 이후의 당 지도체제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다.
신 의장은 이날 오후에는 광복회를 찾아 김우전(金祐銓) 광복회장 등 임원진에게 “선친 문제로 독립유공자께 심려를 끼쳐 매우 죄송하다”며 용서를 구했다. 신 의장은 “일본군에 있었다는 말만 들었고, 선친이라서 내놓고 말하지 못해 부담스러웠다. 나도 (내용을) 알고 싶다”며 “개인사에 상관없이 제 살을 도려내는 심정으로 민족정기를 세우는 데 정진하고 참여하겠다. 아버지를 대신한 사과를 받아 달라”고 거듭 용서를 구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충격을 받았고, 마음으로 섭섭하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신 의장은 광복회 사무실을 떠나면서 김 회장의 손을 잡고 “제 사과를 받아주시는 거죠”라고 거듭 용서를 구했지만 김 회장은 역시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