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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자동 이야기]鄭통일-金복지 대권경쟁

입력 | 2004-08-18 18:56:00


노무현 대통령과 이해찬(李海瓚) 국무총리는 가끔씩 ‘내기’ 골프를 쳐온 사이다. 골프 실력은 이 총리가 더 나은데, 돈이 걸리면 노 대통령이 특유의 집중력을 발휘해 이기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두 사람은 8일 오랜만에 골프회동을 가졌다. 8개월 만의 출장 때문인지 노 대통령은 평소 실력보다 못한 90대 후반의 스코어를 기록해 평소 80대 중반 실력인 이 총리에게 졌다.

이날 라운딩은 노 대통령이 올해 말까지 골프를 안 치기로 했다는 소문을 가라앉혔다. 지난 봄 탄핵소추안 기각 직후 권양숙(權良淑) 여사가 “올해 말까지 골프를 치지 않는 게 좋겠다”고 말한 것이 와전되면서 청와대 내에서는 우려도 있었다. “공무원들이 골프 금지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가뜩이나 내수경기가 나쁜데 좋지 않은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등의 걱정이었다.

최근 이헌재(李憲宰)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이 전남 해남지역에 대규모 골프레저단지를 건설하겠다고 밝힌 것과, 대표적인 개혁론자인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정책특보가 “골프장 건설에 반대하지 않는다”고 말한 것이 다행히 그런 걱정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일부 청와대 참모들은 정동영(鄭東泳) 통일부 장관과 김근태(金槿泰) 보건복지부 장관의 차기 대선 경쟁을 내기골프의 일종인 ‘조폭 스킨스 게임’에 비유하기도 한다.

조폭 스킨스는 보기를 하면 이전의 홀에서 딴 돈의 절반을, 더블보기를 하면 딴 돈의 전부를 승자에게 모두 빼앗기는 게임. ‘어깨’들이 골프를 할 때 마지막 18번 홀에서 일부러 더블보기를 해 보스가 판돈을 독식하도록 한다는 데서 유래됐다. 대선 경쟁 역시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는 얘기일 것이다.

다른 청와대 관계자는 ‘단두대론’을 편다. 정 장관의 경우 남북관계에 민감한 현안이 많고, 김 장관도 국민연금 문제가 골치 아픈 현안이어서 ‘아차’ 하는 순간에 정치적 생명이 날아갈 수 있는 단두대 앞에 서 있다는 비유다.

노 대통령의 속내는 분명치 않다. 다만, 일부 측근에게 “나는 레임덕을 의식해 차기 대권주자를 옥죄려 할 생각은 없다. 두 사람이 국민에게 검증받을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고 한다.

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