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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리뷰]알포인트…죽은병사로부터의 SOS

입력 | 2004-08-18 18:59:00

베트남전을 소재로 한 공포영화 ‘알 포인트’.-사진제공 래핑보아


베트남전쟁을 배경으로 한 공포영화 ‘알포인트’는 영화적 미덕과 아쉬움이 교차하는 작품이다.

먼저 이 작품은 학교와 가정을 배경으로 한 국내 공포영화 소재의 상투성을 뛰어넘는다. ‘하얀전쟁’ ‘텔미썸딩’의 시나리오 작가 출신으로 이번 작품을 통해 감독으로 데뷔한 공수창 감독의 시나리오도 전쟁에 대한 디테일이 살아 있어 탄탄한 편이다.

불행하게도 이 같은 미덕은 공포영화로서는 치명적인 ‘별로 무섭지 않다’는 약점에 묻힌다. ‘알포인트’는 음향효과나 깜짝 화면으로 사람을 놀라게 하는 저차원의 공포보다는 두뇌게임과 열악한 상황에 내던져진 인간의 내면에 초점을 맞추는 심리적 공포를 선택했다. 하지만 ‘식스 센스’ ‘디 아더스’ 등 할리우드의 1급 스릴러에 맞춰진 한국 관객의 눈높이를 만족시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베트남전이 막바지에 이른 1972년. 6개월 전 작전지역명 ‘알(R)포인트’에서 사망한 것으로 추정되는 부대원의 구조 요청 무전신호가 들어온다. 군 당국에서는 이들의 생존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작전에 투입되면 항상 주위사람이 죽는 소대장 최태인 중위(감우성)를 비롯해 깐깐한 스타일의 진창록 중사(손병호), 취사병 출신의 마 병장(박원상), 돈을 벌기 위해 나이를 속이고 입대한 어린 장 병장(오태경) 등을 수색부대원로 선발한다. 이들이 도착한 알포인트는 역사적으로 중국이 베트남인을 무차별 학살했고 베트남을 지배했던 프랑스의 한 부대가 하루아침에 전멸하기도 했던 피와 한(恨)이 서린 곳이다.

영화는 뭔가에 홀린 수색대원들이 서로 총을 겨누는 과정을 통해 사지(死地)에 몰린 인간의 광기와 나약함을 보여준다. 감우성 손병호 박원상 오태경 등 출연진의 연기도 무난한 편이다. 2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김갑식기자 dunanwor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