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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삼윤의 그리스 오디세이]神들의 둥지, 올림포스山

입력 | 2004-08-18 19:45:00


신들은 높은 곳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모세가 야훼에게서 십계명을 받은 시나이산은 해발 2285m이고 제우스를 비롯한 그리스 12신이 주로 살았던 올림포스산은 해발 2918m다. 물론 이 산들은 일대에서 제일 높다.

올림포스와 올림피아는 혼동하기 쉬운 지명이다. 올림포스는 테살로니키 남쪽의 영산(靈山)이고 올림피아는 펠로폰네소스반도 북서쪽의 작은 도시다. 올림피아엔 제우스 신전과 헤라 신전, 제우스의 아버지 크로노스가 살았다는 크로노스산 등이 있으며 4년마다 고대올림픽이 열렸다. 이곳에서 올림픽이 열린 것은 제우스가 크로노스를 레슬링으로 쓰러뜨리고 대권을 차지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고대올림픽에선 레슬링 우승자를 최고 선수로 쳤다.

올림포스산은 그 높이만큼이나 날씨가 변화무쌍하다. 정상에선 하루 2∼3시간밖에 하늘을 볼 수 없고 대부분의 시간은 잿빛구름 아니면 안개로 뒤덮인다. 이런 묘한 분위기가 이곳을 신이 머무는 곳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어느 날 올림포스산 꼭대기에서 무료한 시간을 보내고 있던 제우스의 눈에 아리따운 여인이 들어왔다. 그녀는 페니키아 해변에서 꽃을 꺾고 있었다. 몸이 단 제우스는 부리나케 달려가 황소로 변해 그녀를 등에 태우고 크레타 해변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페니키아왕국의 공주 유로파였다. 그들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 미노스, 곧 크레타 문명을 일으킨 미노아 왕국의 시조다. 이렇게 보면 제우스는 손오공처럼 축지법을 사용했던 게 아닌가 싶다.

아무튼 올림포스산은 높다. 때문에 테살로니키행 열차를 타고 가다가도 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보이고, 저 유명한 명승지 메테오라 수도원에서도 조망이 가능하다. 정상은 만년설로 늘 하얗다. 그리스 사람들은 너도나도 이 산에 오른다. 성산(聖山)을 직접 밟아 보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고 올림포스의 만년설이 성지 순례용으로만 쓰인 것은 아니다. 중세시대 그리스를 지배했던 오스만제국의 왕은 올림포스의 눈과 얼음을 가져다가 시원한 셔벗(얼음과자)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 셔벗을 하렘에 사는 그의 여인들과 나눠 먹었다.

역사여행가 tumida@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