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영훈(姜英勳·사진) 전 국무총리가 18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을 향해 “정치권은 여야로 갈려 싸우더라도 대통령은 그들 사이의 공통점을 찾아내 협력하게 하고 국민총화를 이룰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대통령은 ‘정치’가 아니라 ‘통치’하는 자리 아니냐”고 말했다.
강 전 총리는 이날 오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이같이 말하고 “노 대통령이 그렇게 국민의 힘을 하나로 모아야 나라가 외부의 어떤 난관에도 대처할 수 있다”며 “그러나 노 대통령은 말끝마다 보수와 진보를 갈라 놓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은 보수세력이 나라를 망친 사람들인 것처럼 들리도록 말한다”며 “과거 경제발전 과정에서 정경유착 등을 통해 부정과 비리를 저지른 사람에겐 벌을 줘야 하겠지만 자유민주주의를 신봉해 온 보수세력 전체가 다 잘못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노 대통령이 추진하는 ‘과거사 정리’에 대해서도 “과거의 부정부패나 비리를 철저히 청산하는 것은 대환영”이라며 “그러나 그것이 대한민국을 자유민주주의 국가로 이끈 과거 (보수)세력 전체를 통째로 매도하는 방식이 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국정의 두 축인 국민경제와 안보 모두 심상치 않다.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등 한반도 주변 4강이 한반도에 대한 세력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이) 남북관계만 잘한다고 안보가 지켜지지는 않는다. 이런 안보 환경이 경제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에 앞서 이날 밀레니엄서울힐튼호텔에서 열린 도산아카데미연구원의 조찬세미나에서 강연을 마친 반기문(潘基文)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핵심 장관인 반 장관이 노 대통령에게 내 의견을 전달해 달라”고 부탁했다.
강 전 총리는 “노 대통령 지지자들은 내 얘기를 ‘쓸데없는 소리’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라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대통령에게 ‘훈계’가 아닌 ‘개인적 바람’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형권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