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남자 운동선수들의 ‘몸’에 여성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사진은 위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수영의 이언 소프(호주), 육상의 모리스 그린(이하 미국), 테니스의 앤디 로딕, 수영의 마이클 펠프스, 축구의 조재진(한국).-동아일보 자료사진
“요즘 올림픽 수영경기를 보느라 정신없다. 호주의 이언 소프(21)를 좋아하지만 이름 모를 선수들의 근육질 몸매를 보기만 해도 스트레스가 풀린다. 사실 남자들이 테니스 선수 마리아 샤라포바 같은 애들 보면서 느끼는 것과 똑같다. 팔팔한 저 에너지와 멋진 몸을 ‘갖고 싶다’는 것. 너무 솔직한가?”(최모씨·32·여·큐레이터)
“모리스 그린(30·미국)의 질주를 보기 위해 24일 열리는 남자 100m 결승을 기다린다. 그가 뛸 때 탄탄한 허벅지에 힘줄이 울끈불끈하는 모습은 정말 숨 막힌다. 사실 얼굴은 별로지만…. 경기할 때는 어떤 미남 배우보다 아름답다.”(한모씨·28·여·인터넷 쇼핑몰 MD)
아테네 올림픽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남자 운동선수의 ‘몸’에 여성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물론 인기 선수들은 늘 많았지만 과거 어느 때보다도 남자 선수의 ‘성적 매력’에 포커스가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2002 월드컵 이후 한국에서 남자 선수는 여성들의 집단적인 성적 판타지의 대상이 됐다는 것이 문화 평론가들의 분석. 운동선수에 대한 팬덤이 ‘오빠, 오빠’라며 열광하는 ‘소녀형’에서 ‘자기야’라고 부르고 싶어 하는 ‘성인 여성형’으로 바뀌고 있다.
○ 아테네 최고의 섹시남은?
이번 올림픽에서도 몸짱 스타는 역시 수영선수들이다. 떡 벌어진 어깨에 넓은 가슴, 탄탄한 배에 긴 다리. 그리고 역삼각형의 그 멋진 몸을 감싼 것은 ‘달랑’ 삼각팬티 수영복뿐.
카리스마형 섹시함이 풍기는 미국의 ‘수영 신동’ 마이클 펠프스(19)와 호주의 ‘인간어뢰’ 소프는 이번 대회 최고의 몸짱으로 주목받았다. 엄밀히 말해 둘 다 잘생긴 얼굴은 아니다. 하지만 펠프스는 187cm에 79kg, 소프는 195cm에 96kg으로 모델 같은 몸매를 자랑한다.
미고성형외과 이강원 원장은 “둘 다 날카로운 턱선이 터프하면서 카리스마가 넘친다”며 “많은 여성들에게 골고루 사랑받기보다는 ‘필이 꽂힌’ 일부 골수팬을 가진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미국의 ‘테니스 왕자’ 앤디 로딕(22)은 귀공자형 섹시함을 풍긴다. 부잣집 아들 같은 귀여운 얼굴을 가졌으면서도 187cm, 75kg의 근육질 몸매를 자랑한다. 많은 여성들에게 두루 사랑받는 타입. 한때 가수이자 영화배우인 맨디 무어와 사귀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로딕을 보고 반한 무어가 에이전트인 어머니를 보내 먼저 ‘찔러봤다’는 후문. 세계 랭킹 2위의 실력. 시속 246.1km라는 세계 최고 속도의 서비스 기록을 갖고 있는 ‘파워맨’이다.
이탈리아 축구 대표팀의 알베르토 질라르디노(22·파르마)도 원래 미남이 넘치는 이탈리아 대표팀에서도 눈에 띄는 꽃미남이다.
거친 반항아 이미지를 풍기는 섹시남도 인기. 포르투갈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나우두(19·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이미 국내에 수천명의 회원이 있는 팬카페를 갖고 있다. 남자다운 외모에다 스피드와 골 감각을 겸비했다.
파라과이의 로케 산타크루스(23)는 2002 월드컵 때부터 국내에 여성 팬이 많았다. 선이 가는 섬세한 얼굴이 고독하고 날카로운 이미지를 풍기면서 미소년의 느낌도 나는 ‘안정환 스타일’이다.
이 밖에 유도 선수인 일본의 이노우에 고세이나 한국의 장성호, 의류 모델로도 활동한 축구선수 조재진은 에너제틱한 섹시함이 매력. 육상선수들도 대체로 이런 이미지다.
○ 왜 운동선수인가
얼짱보다는 몸짱이 각광받는 시대, 기본적으로 ‘몸이 되는’ 이들의 인기는 당연하다.
JW매리어트 호텔의 트레이너 정주호씨는 “점프나 슛을 많이 하는 농구 배구 선수는 힙이 탄탄하게 올라붙어 있으며 축구선수는 허벅지 종아리가 튼튼하고 수영 선수는 어깨가 넓고 복부가 탄탄하며 전체적인 라인이 좋다”고 말한다.
게다가 고도의 방송 중계기술이 경기 장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면서 선수들이 토해내는 거친 숨소리와 온몸에 맺혀 있는 굵은 땀방울은 남성적인 에너지를 더욱 강하게 전해준다.
지적인 매력까지 갖춘 선수도 많다. 이번에도 출전한 시드니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네덜란드 수영선수 피테르 호헨반트(26)는 수려한 외모와 함께 아인트호벤대의 의대생이라는 사실 때문에 더 빛이 났다.
그러나 몸 좋고 똑똑한 사람은 연예인 중에도 많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다.
축구광으로 유명한 시인 최영미씨의 운동선수 열풍에 대한 해석.
“운동선수 특유의 풋풋함 때문이 아닐까요. TV에서 보이는 정치인 등의 모습은 정말 ‘왜소’해 보여요. 몸집이 작다는 것이 아니라 뭔가 계산하는 듯한, 꼼수가 있는 듯한 모습이라는 뜻이죠. 또 연예인들은 너무 잘 포장된 듯한 모습이에요. 반면 정직하게 땀을 흘리는 운동선수들은 얼굴에서 성실함과 순수함이 묻어나옵니다.”
운동선수들은 대부분 인터뷰 등에서 쑥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때문일까, 매스컴을 너무 잘 알고 있는 연예인들보다 운동선수가 훨씬 더 섹시하게 느껴지는 것은.
채지영기자 yourca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