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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나바시 요이치 칼럼]中-日‘고상한 현대인’이 되라

입력 | 2004-08-19 19:38:00


“중국은 대미관계에서, 전략적으로 더 나빠지면 위험하다는 반사신경을 몸에 익혀 참는 것을 배워 왔다. 그러나 대일관계는 좀처럼 성숙하지 않아 양국관계는 언제라도 바닥을 드러낼 것처럼 불안하다.”(중국 외교부 간부)

“중국은 1990년대 애국주의 교육을 지나치게 실시했다. 이제 국민에게 국제주의를 가르치지 않으면 안 된다.”(중국 연구기관 연구원)

“일본 젊은이들은 축구경기 때의 나쁜 매너만 떠올리면서 중국을 문화적으로 경멸할지 모른다. 이런 일이 안타깝고 두렵다.”(일본 유학과 근무 경험을 가진 스포츠마케팅 회사 경영자)

올여름 상하이 베이징에서 지일파 인사들을 만났는데 이번만큼 양국 관계에 대해 자기성찰적인 말을 많이 한 적이 없었다.

양국은 72년 국교정상화를 한 뒤 관계를 안정시켜왔으나 90년대에 들어 관계가 흔들리기 시작해 95년 크게 틀어지고 말았다. 중국의 핵실험, 그에 이은 일본의 대(對)중국 차관 제공 일시 중지, 중국의 반일애국주의 운동으로 악순환에 빠졌다.

장쩌민 국가주석의 98년 방일은 관계를 더욱 긴장시키는 결과가 됐다. 장쩌민은 ‘문서’로 침략행위에 대한 사죄를 요구했으나 오부치 게이조 총리는 거부했다. 이에 앞서 한일정상회담에서 일본은 문서로 사죄한 바 있다. 장쩌민은 체면이 손상됐고 화를 냈다. 2001년 이후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야스쿠니신사를 해마다 참배하면서 양국 정상의 상호 방문은 중단됐다.

국교정상화 이후에 역사문제를 극복하지 못한 것이 양국 마찰의 근본이다. 한일관계와의 차이기도 하다. 상하이의 한 연구소 연구원은 이렇게 말했다.

“양국 역사문제의 극복에는 프랑스와 독일 모델도 좋지만 한일 모델도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한일 화해 정상회담, 월드컵 공동 개최, 문화교류 등.”

양국 화해를 진지하게 추구한 중국 지도자를 기억해 본다. 정치개혁을 지향했으나 좌절돼 실각한 후야오방 중국공산당 총서기이다.

필자가 베이징특파원 시절 일화가 있다. 80년 5월 화궈펑 중국 총리가 요시프 티토 당시 유고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차 떠나던 날이다. 총서기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은 후야오방도 베이징공항에 나왔다. 비행기가 이륙한 뒤 후야오방은 필자와 다른 2명의 일본 기자를 손짓해 불렀다. 시간이 괜찮으면 이야기나 좀 하자는 것이었다. 긴 의자에 나란히 앉아 그는 꿈을 이야기했다. 양국 청년 교류였다.

86년 후야오방은 나카소네 야스히로 총리와 베이징의 중일청년교류센터 기공식에 참석해 연설했다.

“역사상 편협한 애국주의밖에 모르다 나라를 그릇되게 이끈 사례가 적지 않다. 양국 청년은 역사의 경험과 교훈 속에서 지혜를 얻어 애국주의의 열정과 국제주의의 정신이 풍부한 고상한 현대인이 되도록 자신을 연마하기를 바란다.”

양국 정치지도자는 지금이야말로 이 말의 깊은 뜻을 되짚어볼 때이다.

일본으로서는 중국 혐오감과 허세에 대한 경고로 이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중국도 양국 협조라는 ‘대일 신사고 외교’를 추진하기 쉬운 환경을 일본과 함께 조성해야 한다. ‘고상한 현대인’이란 인간고리를 통해 신뢰와 화해를 함께 쌓아나가자. 제2차 세계대전 종전 60년인 내년을 그 기점으로 삼고 싶다.

이 같은 큰 구상과 국익을 위해 고이즈미 총리는 야스쿠니신사에 참배하지 않겠다고 확실히 밝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후나바시 요이치 일본 아사히신문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