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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체험여행]전북 고창 염전

입력 | 2004-08-19 20:18:00

전북 고창군 해리면 동호리에 가면 늦여름 따가운 햇살에 하얗게 피어나는 소금밭을 만날 수 있다.


선운사 동백이 선홍빛 고운 봄이 지나고 넓은 청보리밭이 여름을 부르고 나면, 늦여름 염전에는 소금이 하얗게 피어나 눈을 부시게 한다. 곧이어 가을이면 붉은 상사화가 물을 들이는 곳.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자연을 품고 있는 전북 고창에 이즈음 가면 염전에서 소금을 직접 채취하는 이색체험이나 바닷가에서 경운기를 타고 다니는 갯벌사파리를 즐길 수도 있다.

○ 소금 꽃이 반짝이는 마을

섭씨 3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오히려 고마운 곳이 있다. 햇볕이 따가울수록 반짝반짝 소금꽃이 피는 마을. 바로 고창군 해리면 동호리다. ‘삼양사 염전’으로 알려진 이곳은 한때 천일염이 성한 시절에는 110만평의 광활한 규모였지만 수입 소금 등에 밀려 요즘은 16만평으로 줄어들었다. 현재는 마을 주민이 분양 받아 운영하는 상태.

마을 어귀에 들어서면 넓게 펼쳐진 염전이 바둑판처럼 네모반듯하게 늘어서 오는 이를 반긴다. 곳곳에 더 이상 쓰지 않는 폐염전에는 투박한 나무로 만든 소금창고가 남아 있고 사람 키보다 높게 자란 갈대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어 이국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수십 년 전 옛 모습이 남아있는 이곳은 최근 방영되는 드라마 ‘영웅시대’의 배경장소로 나오기도 했다.

인근 동호해수욕장에서는 경운기를 개조해 만든 삼륜차를 타고 물이 빠진 바닷가를 누비는 갯벌 사파리 체험도 할 수 있다.

짠물을 가득 담은 염판 위에선 분주한 몸놀림으로 대패질(염판에서 큰 나무가래로 소금을 채취하는 일) 하는 사람들이 여기저기 보인다. 붉은 저녁노을이 내려앉자 마치 밀레의 ‘만종’을 연상케 하는 목가적 정취가 물씬 풍겨난다.

○ 소금 한 웅큼을 얻기까지

보통 바닷물에서 소금 한 움큼을 얻기까지는 맑은 날을 기준으로 5일 동안 무려 스무 단계의 염판을 거쳐야 한다. 맨 위쪽 염판부터 완만한 경사를 이루며 최종 소금을 거둬내는 결정지 염판까지 20개의 염판이 줄지어 있다.

바닷물이 어느 정도 증발된 염판에는 하얀 소금알갱이가 동동 떠있다. 농도가 더 진해지면 입자가 커지면서 뽀얀 모습으로 바닥에 가라앉는다. 맨발로 들어서니 발목이 후끈하다. 걸음을 옮길 때마다 발바닥 밑으로 소금알갱이들이 사각사각 밟히는 느낌이 별스럽다. 나무가래로 바닥을 훑으면 한바가지는 족히 될 양의 소금이 밀려 나온다.

그렇게 여러 번을 거듭하니 어느새 하얀 소금더미가 한가득. 염판 한 곳에 쌓인 소금이 마치 겨울의 눈더미처럼 햇살에 빛난다. 땀을 흘리며 소금을 긁는 재미에 빠지다보면 뜨끈한 물이 오히려 시원한 느낌이 든다. 이렇듯 소금채취 과정을 직접 체험하다보면 ‘한 알갱이의 소금도 아껴 먹어야겠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소금의 원료가 ‘공짜 바닷물’이라고 해서 소금이 공짜일수는 없다. 이곳에서는 소금 채취 후 1kg까지 집으로 가져갈 수 있다.

○ 경운기로 즐기는 갯벌 사파리

찜통더위 속에서 ‘뜨거운 맛’을 보고 나면 인근 동호해수욕장에 나가 시원한 맛을 즐겨보자. 길이 1km에 이르는 드넓은 백사장을 따라 수백 년 된 해송 숲이 장관을 이룬다. 경사가 완만하고 수심도 얕아 안심하고 물놀이를 즐길 수 있다.

동호해수욕장에서는 경운기를 개조해 만든 삼륜차를 타고 물이 빠진 바닷가를 마음껏 누비는 갯벌 사파리 체험이 이색적이다. 경운기를 타고 갯벌에 들어가 천연 진흙을 온몸에 바르거나 갯바위나 방파제에 서식하는 갯벌 생명체를 관찰한다. 조개를 캐거나 새우를 잡을 수도 있다. 체험 시간은 약 3시간.

물이 빠지면 2km에 달하는 넓은 갯벌이 드러난다. 그 넓은 갯벌을 털털거리는 경운기를 타고 돌아다니는 재미가 쏠쏠하다. 경운기 움직임에 따라 잰 동작으로 모래구멍 안으로 숨어버리는 갯벌 위의 작은 생명체들이 귀엽다.

짭조름한 기운을 싣고 불어오는 바닷바람도 상쾌하다. 밀려오는 파도를 제치고 바닷물 안으로 들어갈 땐 더욱 신난다. 경운기 바퀴 밑으로 튀어 올라오는 바닷물이 시원함을 더해준다. 경운기가 바닷물 안으로 들어가니 마치 통통배를 탄 느낌이다.

갯벌 사파리 체험이 끝나면 저녁 무렵. 이곳은 서해의 낙조가 아름다워 해넘이마을이라 부르기도 한다. 이름처럼 노을이 멋진 이곳에서 붉게 물든 바닷가를 거니는 기분도 그만이다. 문의 063-564-2022

글=최미선 여행플래너 tigerlion007@hanmail.net

사진=신석교 프리랜서 사진작가 rainstorm4953@hanmail.net

▼1박 2일 떠나볼까▼

1.고창 도착→해리면 염전 소금 긁기 체험(염판 하나당 40명 기준으로 1인당 5000원)

2.동호해수욕장 갯벌 사파리 체험

(1인당 1만2000원)→저녁노을 감상 →숙박

3.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고인돌 공원 관람(무료)→귀가

4.체험여행 전문업체 코스가이드(02-

953-9674)와 함께 떠나면 교통비, 숙식비, 체험비 일체를 포함하여 9만3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