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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테네올림픽]올림픽 역사를 바꾼 세기의 철녀들

입력 | 2004-08-20 05:13:00

세기의 체조요정나디아 코마네치는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에서 체조사상 처음으로 만점 연기를 펼쳐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는 최근 한국을 방문해 국내 체조선수들을 격려했다. 동아일보 자료사진


올림픽 역사는 여성들에게는 ‘도전의 역사’다.

‘여성은 남성에 비해 열등하다’는 뿌리 깊은 편견은 올림픽의 선구자격인 여성들에 의해 조금씩 허물어졌다.

테니스 골프 단 2개 종목에 여성 참가가 허용됐던 1900년 파리 올림픽에서 여성 최초로 금메달을 딴 주인공은 영국의 샤롯데 쿠퍼다. 쿠퍼는 레이스 달린 주름 치마를 입고 테니스 단식과 혼합복식에 나서 2개의 금메달을 땄다.

○체조 요정 코마네치 7차례나 만점

1928년 암스테르담 대회는 여성들에게는 전환점. 국제여자스포츠연맹의 끈질긴 요구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5개의 육상 종목을 여성에게 개방했다. 그러나 1932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때 미국의 베이브 디드릭슨은 육상 5개 종목의 출전 티켓을 따내고도 ‘여성은 3종목 이상 출전할 수 없다’는 차별 규정 때문에 3종목에 참가해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948년 런던 대회 때는 흑인 여성 최초의 금메달이 나왔다. 높이뛰기에서 우승한 미국의 앨리스 코치먼.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이 유독 심했던 미국 조지아주 출신의 코치먼은 흑인에게는 훈련시설 사용조차 허락되지 않아 혼자 나무에 줄을 매고 맨발로 연습했다. 1996년 애틀랜타 대회 때 공식 스폰서 코카콜라사는 코치먼을 광고에 등장시켜 경의를 표했다.

화니 코엔(네덜란드)은 여성이 남성보다 더 뛰어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1936년 베를린 대회 높이뛰기에 출전해 6위를 했던 코엔은 나이 서른에 두 아이의 어머니로서 12년 만에 출전한 1948년 올림픽에서 100m(11초2·올림픽 신기록), 80m 허들(11초2·올림픽 신기록), 200m(24초4)와 400m 계주 등 4관왕에 올랐다.

루마니아 출신의 나디아 코마네치. 그는 1976년 몬트리올 대회에서 14세의 나이로 체조 종목에서 7차례나 10점 만점을 받았다. 체조에서 만점은 그가 처음이다.

○조이너 단거리 기록 남자들과 1초차

1988년 서울 대회 때는 플로렌스 그리피스 조이너(미국·98년 사망)가 100m에 이어 200m에서 21초34의 세계신기록으로 우승했다. 조이너는 남자 선수들과의 단거리 기록 차이를 1초 이내로 좁혔다.

1992년 바르셀로나 대회 육상 장거리 2관왕에 오른 이슬람 국가 알제리의 하시바물머카는 이슬람 여성들의 권익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그는 “이슬람 국가의 여성이 맨살을 드러내고 짧은 팬츠를 입고 달린다”는 이유로 이슬람 원리주의자들로부터 살해 위협까지 받았지만 “이슬람 국가의 여성들을 위해 뛰겠다”며 트랙을 돌았다. 당시 대부분의 이슬람 국가들은 여성에게 올림픽 출전을 금지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이 기사 취재에는 본보 대학생 인턴기자 유정열씨(고려대 영어영문학과 4년)도 참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