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사 진상규명을 둘러싼 여야의 대립이 심화되고 있다.
열린우리당 이부영(李富榮) 의장은 20일 과거사 조사대상에 '친북 용공'을 포함시키자는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 대표의 제의를 거부했다, 반면 한나라당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내 과거사특위 설치안에 반대하면서 국회밖에 중립적 학계 인사가 중심이 된 위원회 설치를 주장했다.
열린우리당 이 의장은 이날 영등포당사에서 의장직 승계후 처음으로 상임중앙위원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무릇 과거청산이라고 하면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한 것인데 가해자가 가해했던 사실을 조사하고 바로잡겠다고 하면 바로 잡아지겠느냐"며 "온갖 고문과 조작을 통해 가해를 했던 사람들이 조사에 참여하겠다는 역사인식을 갖고 있는 것을 우려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의장은 또 "냉전시대 동안 한반도 남쪽에서 누가 가해자였고 누가 피해자였는지 그것은 분명한 일"이라고 말해 사실상 한나라당을 `가해세력'으로 지목했다.
그는 이어 "(야당은) 툭하면 경제살리기를 하는데 과거청산과 역사바로세우기가 장애된다는 엉뚱한 논리를 편다"며 "(실은) 제나라 제민족을 배신하고 외면한 그런 사람들이 출세하고 윗자리에 올라가서 세금도 잘 안내고 국방의무도 제대로 안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임채정(林采正) 의원도 "해방후 50년간 청산한 것이 용공이고 오히려 지나치게 청산해 인권문제화돼 있다"면서 "용공을 일제 잔재 청산과 맞물려 끌고 가자는 것은 과거청산을 왜곡하고 회피해 굴절시키려는 전술적 의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박 대표가 전날 제의한 '중립적 과거사조사위' 설치를 수용할 것을 촉구하면서, 노 대통령이 제안한 국회 과거사진상규명 특위의 문제점을 집중 부각시켰다.
김덕룡(金德龍) 원내대표는 이날 염창동 당사에서 열린 주요당직자회의에서 "박 대표의 제의는 노무현 정권이 하고 있는 사생결단식 과거 들추기를 방치했다가는 나라가 갈기갈기 찢어지고 거덜날 수밖에 없다는 우려에서 나온 것"이라며 "각 정파로 이뤄진 국회는 역사조명 능력과 여건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지적, 국회밖 중립적 기구 설치를 촉구했다.
김형오(金炯旿) 사무총장은 "역사규명 문제에 있어 권력과 정치인이 간섭하지 않고 압력을 넣지도 않겠다는 `무연고주의'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전여옥(田麗玉)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회가 아닌 외부 독립기관이, 정치인이 아닌 역사학자들이 역사적 재단을 할 수 있을 때 역사의 진실과 화해는 이뤄질 수 있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또 "열린우리당이 국회기구를 고집하는 이유가 과반의석을 가지고 있으니 결국 힘으로 밀어붙이겠다는 속셈인지 몰라도 국민은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디지털뉴스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