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보호관찰소와 충주성심맹아원 청소년들이 20일 오전 충북 괴산군 조령산에서 힘차게 구호를 외치며 암벽등반에 나서고 있다.- 괴산=김미옥기자
“형, 모래가 어떤지는 만져봐서 알지? 지금 우리가 보고 있는 밤하늘에는 마치 반짝이는 모래가 하늘에 뿌려져 있는 것처럼 수만 개의 별이 떠 있어.”
19일 오후 10시 충북 괴산군 조령3관문.
‘사랑 만들기 캠프’에 참가한 청주보호관찰소 충주지소와 충주성심맹아원 청소년 20명은 2인1조로 야간산행에 나섰다. 보호관찰소 청소년들은 별이 쏟아지는 밤하늘을 직접 볼 수 없는 파트너가 조금이나마 별빛을 느낄 수 있도록 애를 쓰고 있었다.
초등학교 3년생 파트너를 야간산행 내내 업고 다녔던 김모군(18)은 “지금껏 봉사 한번 해 본 적이 없지만 누군가를 도운 뒤 느끼는 보람이 이렇게 큰 줄 몰랐다”며 “캠프 후에도 한 달에 한 번씩이라도 맹아원을 방문해 친구들을 만나고 싶다”고 말했다.
괴산군 ‘조령산 모험학교 캠프장’에서 19∼21일 진행되는 ‘사랑 만들기 캠프’는 동아일보사와 소니코리아가 주최하는 청소년자원봉사축제 ‘우리 함께 더 밝은 세상 만들기’에 동참한 한 프로그램. 이 캠프에 참여한 청주보호관찰소 충주지소 청소년팀은 전국적으로 자원봉사를 신청한 200여개 팀에서 선발된 50개 팀 중 하나다.
법원에서 40시간의 사회봉사명령 처분을 받은 청주보호관찰소 충주지소 청소년 10명은 2박3일간 시각장애청소년들의 도우미가 돼 식사시간은 물론 화장실도 같이 갔다.
20일 오전 괴산군 조령산의 암벽등반장. 이들은 50도가 넘는 가파른 경사에 비까지 내려 미끄러운 암벽을 2인 1조로 오르기 시작했다.
이들은 손과 발의 느낌에만 의존해야 하는 파트너가 혹시나 미끄러질까봐 뒤에서 올려주고 다리를 잡아주는 등 파트너의 눈을 대신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파트너와 무사히 암벽을 등반한 박모군(16)은 “혼자 오르는 것도 힘든 상황에서 파트너를 챙기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나를 믿고 내 이름을 부르는 파트너를 보자 힘이 났다”며 “나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것에 기쁨을 느꼈다”고 소감을 밝혔다. 성격유형(MBTI) 검사를 통해 짝지어진 파트너와 캠프 내내 호흡을 함께한 이들은 도우미 역할이 쉽지는 않지만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이들은 캠프에 오기 전 맹아원에서 시각장애 체험실습 등 3시간에 걸친 사전교육도 받았다. 이모군(16)은 “수건으로 눈을 가린 채 10분 정도 있으니까 무섭고 두려웠다”며 “직접 경험을 해보니 파트너의 어려움을 조금 더 잘 알 수 있어서 도우미 활동에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저녁식사 시간. 이들은 파트너에게 직접 끓인 김치찌개, 고등어구이, 밑반찬 등이 놓여진 위치를 설명해줬다.
김모군(16)은 힘들게 반찬을 집는 파트너가 안쓰러워 반찬을 집어줬다가 파트너에게 혼이 났다.
김군은 “어려운 신체조건에서 꿋꿋이 인생을 살아가는 파트너들을 보며 오히려 배우는 것이 많다”고 말했다.
이번 캠프를 기획한 청주보호관찰소 충주지소 심선옥 사무관은 “이번 봉사활동이 아이들에게 자신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고 긍정적이고 적극적으로 인생을 살아가게 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괴산=신수정기자 crysta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