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영씨가 서울 광진구 자원봉사센터에서 자원봉사자들과 노인들을 대상으로 컴퓨터를 가르치고 있음.- 정세진기자
“컴퓨터를 배운 노인들이 e메일로 자식들과 대화를 할 수 있게 됐다고 기뻐할 때가 가장 뿌듯합니다.”
경기 용인시에 사는 이창영 할아버지(73)는 또래 노인들에게 기본적인 e메일과 간단한 윈도 사용법 등을 가르쳐 주는 ‘컴선생님’이다. 이씨가 2001년 이래 일주일에 두 번 강의를 시작한 이후 벌써 160여명의 노인이 컴퓨터를 배우고 나갔다.
이씨가 컴퓨터를 처음 접한 것은 은퇴 이후인 1999년. 외국에서 공부하는 자식들과 e메일을 교환하기 위해서다. 그 역시 컴퓨터학원에 다니면서 젊은 학생들의 진도를 따라가기가 힘들어 큰 어려움을 겪었다.
그때 이씨는 주변에 컴퓨터를 배우고 싶은데 기회가 없는 노인들이 많다는 것을 알고 자신의 경험을 살려 직접 가르쳐 보기로 결심했다.
“많은 노인이 컴퓨터를 배워보고 싶어 하지만 집에 있는 자식들과 손자들은 ‘할아버지 할머니가 컴퓨터를 만지면 문제가 생긴다’며 아예 만지지 못하게 하거나 또는 나중에 가르쳐 주겠다는 말만 하고 미뤄 실제로 사용해 볼 기회가 거의 없죠.”
이씨는 “노인들은 기억력이 약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만을 반복적으로 교육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간혹 식구들이 집에서 컴퓨터를 사용하지 못하게 해 연습할 기회가 없어 포기하는 노인들도 있다”며 안타까워했다.
그는 “컴퓨터를 배운 노인들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e메일, 사진 교류 등을 하며 삶을 즐기는 모습을 볼 때면 흐뭇해진다”고 말했다.
이씨는 올해 초부터 서울 광진구청의 자원봉사자들에게 컴퓨터를 가르치면서 블로그를 통해 봉사단체 홍보를 하는 ‘IT홍보봉사단’을 조직했다.
그 결과 광진구청 자원봉사활동단체에 소속된 우리문화 지킴이, 일본어 통역과 번역, 아차산 지킴이 봉사단 등 15개 단체는 블로그를 만들어 봉사활동을 홍보할 수 있게 됐다. 이들 블로그에는 일반 방문자들의 격려 글과 함께 직접 봉사활동에 참가하고 싶다고 밝혀오는 사람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그는 또 집에서 손수 광진구 자원봉사센터의 공지사항과 활동소식을 담은 ‘매거진’을 한달에 두 번씩 만들어 회원들에게 보내고 있다.
이씨는 “건강이 허락하는 한 내가 가진 작은 지식으로 다른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세진기자 mint4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