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주당(酒黨)들은 주말이면 스카게라크 해협을 건너 덴마크로 간다. 핀란드의 주당들은 발트해를 건너 에스토니아로 몰려든다. 술값이 싼 이웃 나라로 원정 술 쇼핑을 떠나는 사람들이다.
‘원정 부대’의 규모가 커지자 유럽에선 이들을 가리켜 ‘알코올 랠리’로 부르고 있다. 북유럽의 알코올 랠리는 도미노 현상처럼 진행된다. 노르웨이 사람들은 바다 건너 덴마크로, 덴마크 사람들은 국경을 맞대고 있는 독일로 가는 식이다.
교통비를 들여가면서까지 원정 술 쇼핑에 나서는 이유는 나라별로 술값이 천차만별이기 때문.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위스키 같은 독주(毒酒)의 경우 700mL짜리 한 병 가격이 핀란드에선 평균 20.09유로인 반면 이웃한 에스토니아에선 5.57유로다. 독일은 이보다 더 싼 5유로.
북유럽은 높은 주세(酒稅)탓에 술값이 비싸기로 유명하다. 가장 비싼 곳은 병당 평균 39.01유로인 노르웨이. 아이슬란드(28.37유로), 스웨덴(21.54유로)의 술값도 만만치 않다.
북유럽 국가들이 주세를 무겁게 매기는 이유는 국민 건강을 위한 술 소비 억제 목적도 있지만 세수(稅收) 확보 역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 온라인 신문 EU옵저버닷컴은 19일 “이 같은 정책이 한동안 먹혀들었다”고 평가했다. 실제 노르웨이 스웨덴 등 북유럽 국가의 1인당 알코올 소비량이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것.
그러나 이 신문은 “유럽연합(EU)의 역내 시장이 활발해짐에 따라 북유럽 주당들이 살길을 찾았다”고 전했다.
‘알코올 랠리’는 북유럽 국가들의 골칫거리다. 12일 아이슬란드에서 열린 북유럽 총리 회담에서 셸 망네 보네비크 노르웨이 총리는 “주세의 균형을 맞춰 알코올 랠리를 저지시키자”고 제안했다. 11월에는 보건 장관들이 모여 이 문제를 협의할 예정이다.
하지만 무턱대고 주세를 내리기는 힘든 상황이다. 주세 인하는 술 소비 증가와 세수 감소로 이어지기 때문.
3월 주세를 3분의 2 수준으로 낮춘 핀란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주세를 인하한 뒤 4개월간의 세수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8000만유로(약 1150억원)나 줄어든 반면 같은 기간 술 소비는 15% 증가했다. 또 술 소비 증가는 교통사고와 폭력 사건의 증가로 이어졌다. 스웨덴 정부도 주세를 40% 낮추는 방안을 검토 중이지만 이 같은 부작용을 우려해 결정을 미루고 있다.
파리=금동근특파원 gold@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