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은 아버지를 위해 남매가 나란히 수술대에 오른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훈훈한 미담의 주인공은 심영선(26), 주영씨(22·여) 남매.
이들은 지난해 11월 아버지 심재웅씨(57·경기 하남시 신장1동)가 간경화 말기 판정을 받았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접했다.
간 이식만이 유일한 치료법이란 의료진의 얘기를 듣고 몇 달을 기다렸지만 기증자는 나타나지 않았다.
점점 건강이 악화되는 아버지를 바라보던 영선씨는 올해 4월 자신의 간을 기증하겠다며 조직검사를 받았다. 검사 결과는 좋았지만 아버지의 완쾌를 위해서는 영선씨의 이식만으로는 부족했다. 이번엔 주영씨가 나섰다.
남매는 지난달 22일 나란히 수술대에 올랐다. 24시간에 걸친 대수술이었다. 영선씨는 400g의 간을, 주영씨는 380g의 간을 아버지께 떼어드리며 부모님의 사랑에 보답했다. 하루 종일 수술실 밖에서 가슴을 졸였던 어머니 정경숙씨(50)는 의식을 되찾은 아들과 딸, 남편을 부여안고 한동안 눈물을 흘렸다.
퇴원한 뒤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아버지 심씨는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망설였지만 아이들이 선뜻 나서줘 그저 고마울 뿐”이라고 말했다.
하남=이재명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