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 아테네 올림픽에서 태극전사들을 응원하는 “대∼한민국”이 울려 퍼지는 장소는 정해져 있다. 남자 축구나 유도, 배드민턴, 탁구 등 메달 가능 종목들이다.
그러나 정작 아테네 올림픽에서 관중석이 가장 붐비는 종목은 수영과 체조, 역도, 육상이다. 1만800여석의 올림픽수영장과 1만7000여석의 올림픽인도어홀(체조)은 발 디딜 틈이 없다. 역도장도 마찬가지. 육상경기가 열리는 7만여석의 올림픽 주경기장도 관중들이 줄을 잇는다.
스포츠 선진국에선 인간 신체의 본능을 그대로 드러내는 기록 종목이 인기다. 흘린 땀방울만큼 결실을 보고 외적인 변수가 가장 적은 스포츠. 하늘을 향해 날갯짓하고, 물살을 가르고, 육중한 역기를 들며 자신과 싸우는 모습에서 인간다운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 미주와 유럽 국가들이 이들 종목에서 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은 어떤가. 축구를 보려고 밤잠을 설쳤다는 사람들은 많아도 이언 소프(호주)와 마이클 펠프스(미국)의 수영 대결을 보기 위해 새벽까지 뜬눈으로 밤을 밝힌 사람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다보니 기초종목이 부실할 수밖에 없다. 오죽하면 대한육상경기연맹이 이번 올림픽에서 예선만 통과해도 1500만원, 결선에 진출하면 2500만원의 상금을 준다고 했을까. 메달리스트에게만 상금을 주고 국제경쟁력이 없는 스포츠는 홀대해 온 대한체육회의 정책도 기초종목의 부실을 조장한 측면이 있다.
이런 점에서 남유선(서울대)이 수영 여자 개인혼영 400m에서 한국 올림픽 사상 처음으로 결선에 오른 것은 금메달 몇 개를 합친 것보다 더 값진 소득이었음을 새삼 느낀다.
아테네=양종구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