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군(10)은 지난해 11월 중증재생불량성빈혈로 진단을 받았다. 당장 조혈모세포를 이식해야 했지만 골수 기증자를 구할 수 없었다. 급한 대로 항암제와 면역억제제를 투여하는 면역조절요법을 시도했다.
지난달 다행히 L군의 유전자 조직과 일치하는 골수 기증자가 나타났다. 바로 수술에 들어갔고 수술은 성공이었다. L군은 이번 주에 퇴원한다.
▽재생불량성빈혈이란=혈액을 만드는 골수 속의 조혈모세포가 부족해서 혈액이 제대로 만들어지지 않는 난치성 혈액질환이다.
적혈구의 부족으로 각 장기에 필요한 산소와 영양공급이 잘 이뤄지지 않는다. 또 백혈구도 부족해 외부에서 침입한 세균에 대항하는 능력도 떨어진다. 혈소판이 모자라 출혈이 자주 일어나며 심할 경우 생명이 위험할 수도 있다.
서양보다 한국에 특히 발생률이 높다. 또 서양에서는 고령 환자가 많지만 국내는 10∼30대에 주로 발생한다.
방사선 노출, 화학약품 중독 등이 병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경우가 더 많다.
▽어떻게 치료하나=조혈모세포 이식이 관건이다. 이식에 성공하면 생존율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 성공했을 경우 정상 수준으로 ‘혈액 시스템’이 복구되는 데 1개월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재발 가능성도 낮은 편.
조혈모세포는 그동안 주로 골수를 통해서 얻었다. 그러나 최근에는 중앙제대혈데이터센터, 가족제대혈은행 등을 통해서도 얻을 수 있다. 공급이 다소 늘어난 것이다.
과거에 재생불량성빈혈은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지 못하면 치료가 불가능한 병이라고 여겨졌다. 그러나 지금은 면역조절요법을 통한 생존율도 높아지면서 꾸준히 치료하면 고칠 수 있는 병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대한소아혈액종양학회가 1991∼2000년 재생불량성빈혈로 진단 받은 15세 미만의 환자 493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 생존율은 64.3%이었다.
생존율을 치료법별로 보면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그룹은 77%, 면역조절요법을 받은 그룹은 63% 였다.
(도움말=가톨릭대 성모병원 소아과 김학기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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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훈기자 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