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황 든 소는 캄캄한 밤
하얗게 지새며 우엉우엉 운다
이 세상을 아픈 생으로 살아
어둠조차 가눌 힘이 없는 밤
그 울음소리의 소 곁으로 다가가
우황 주머니처럼 매달리어 있는 아버지
죽음에게 들킬 것 훤히 알고도
골수까지 사무친 막부림 당한 삶
되새김질하며 우엉우엉 우는 소
저처럼 절벽울음 우는 사람 있다
우황 들게 가슴 치는 사람 있다
코뚜레 꿰고 멍에 씌워 채찍 들고서
막무가내 뜻을 이루려는 자가 많을수록
우황 덩어리 가슴에 품고 사는 사람 많다
우황 주머니 가슴에 없는 사람
우엉우엉 우는 소리 귀담지 못한다
이 세상을 소리내어 우엉우엉 울지 못한다
- 시집 ‘백년 자작나무숲에 살자’(창비) 중에서
살아서 아프지 않은 생이 있을까. 살다가 죽음에게 들키지 않을 생이 있을까. 아픔만큼 강렬하게 ‘살아 있음’을 일깨우고, 죽음만큼 눈부시게 ‘삶’을 환기시켜 주는 것도 없을 것이다.
‘아프니까 삶이다’라고 쉽게 말할 수 없다. 세상에는 밥이 공평하지 않은 것처럼 아픔도 공평하지 않음을 안다. 어두운 곳에서 ‘우엉우엉’ 절벽울음 우는 이여, 내 아픔에 비추어 너의 아픔을 안다.
저 순한 되새김 짐승을 보라. 아픔을 벼려 창(槍)으로 만들지 않고, 아픔을 뭉쳐 약(藥)으로 빚는다 한다. ‘아픔으로 아픔을 낫게 할 거’라고 눈물을 글썽이며 ‘우황우황’.
반칠환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