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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노블리안스]조인직/불황이 키운 강남 신종유흥업소

입력 | 2004-08-22 18:40:00


최근 서울 강남권 상가거래를 담당하는 전문 중개인들을 만나 시장동향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우선 이들은 불황 때문에 ‘돈 되는 업종’만 살아남고, 이 때문에 강남거리가 점점 더 ‘향략도시화’ 된다는 분석을 내놓았습니다. 요즘 자금력을 바탕으로 비싼 권리금을 지불하며, 적극적으로 상가 임차를 하려는 곳은 ‘성인 PC방’ ‘휴게텔’ ‘여성전용클럽’ 등 신종 유흥업소가 대부분이라고 하더군요.

처음엔 건물주와 주변 임차인들이 ‘분위기 나빠진다’며 반대하지만 당장 현금이 급하다보면 조금씩 공실(空室)을 넘기게 된다는 말도 들었습니다.

또 호텔 나이트클럽이나 룸살롱들도 권리금이 예전 시세의 10분의 1도 안되는 수준에서 매물로 많이 나와 있다고 하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남성 호스트’들이 등장하는 ‘여성 전용클럽’으로 변한다고 합니다. 아직까지는 희소성 때문인지 수익구조가 룸살롱보다 좋기 때문이랍니다.

불황은 ‘업소별 양극화’ 현상도 불러 왔습니다. 상가들의 경우 문방구 식음료매장 옷가게 약국 등 다양한 업종이 고르게 입점해 있던 예전과 달리 요즘은 몇몇 잘 되는 프랜차이즈 식당들로 대부분의 공간이 채워져 있는 곳이 허다합니다.

창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이런 때일수록 모험을 기피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런 이유로 목 좋은 곳에서는 똑같은 외식체인점이 몇 미터 간격으로 생겨나는 웃지 못할 광경까지 연출되고 있습니다.

‘대치동 상권의 광역화’ 또한 강남 상권의 핵심적 변화입니다. 2, 3년 전만 해도 이 일대 병원, 음식점 등은 대치동 주민만을 상대로 하는 경우가 많았으나 최근엔 외지 손님들이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도곡역이 분당선, 3호선과의 환승역이 돼 유동인구가 늘어났고, 주5일 근무 때문에 ‘주말 장사’가 되지 않아 가게를 접은 테헤란로 점주들이 대치동에 다시 둥지를 튼 것 등이 원인이 됐습니다. 특히 성형외과 피부과 등은 주민들과 함께 외지손님들을 함께 받기 때문에 기존 압구정동, 청담동 상권에 비해 권리금도 훨씬 비싸졌다고 합니다.

조인직 경제부기자 cij199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