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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기금은 자치단체장 私금고?…감사원 “선심 운용 남발”

입력 | 2004-08-22 18:46:00


‘지방기금은 자치단체장의 선심 보따리?’

22일 발표된 감사원의 ‘지방자치단체 기금운용실태 감사’ 결과 지방기금에 대한 대대적인 정비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기금은 1992년 제정된 기금관리기본법에 의해 관리되고 있다. 그러나 지방기금에 대한 관련 법령이 없는 상태여서 지방자치법 133조에 따라 포괄적으로 조례에 위임돼 있다.

이 때문에 ‘행정목적 달성 또는 공익상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선심성 필요’에 의해 지방기금 설치가 남발되고 있다는 게 감사원 지적이다. 실제 2002년에 126개, 2003년에도 113개의 기금이 대부분 조례만을 근거로 쉽게 설치됐다.

특히 전체 지방기금 2253개 중 자치단체장들이 조례를 근거로 만든 1117개 사업성 기금에 문제가 많다. 지방재원의 ‘탄력적 운용’이라는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난 ‘자의적 집행’ 사례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이번 감사에서 서울 강남구는 직원 사기진작 명목으로 50억원의 ‘강남구 공무원 생활안정기금’을 조성해 498명에게 개인당 1000만원씩 연리 3%로 융자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관악구는 국민체육진흥공단으로부터 지방재정지원금 38억원을 수령해 이를 일반회계에 편입하지 않고 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해 인건비와 민간단체 지원경비로 6억7000만원을 집행했다.

서울 성동구는 융자 부적격자에게 식품진흥기금 6억원을 대출한 것으로 드러나 담당자가 감사원의 징계 요구를 받기도 했다.

감사원은 ‘지방기금 관리기본법’을 제정해 지방기금 관리시스템을 정비할 것을 행정자치부에 권고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기금 사업 평가제 도입 및 중복 기금의 통폐합을 단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용관기자 yongari@donga.com